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여파로 강(强)달러 현상이 쉽게 잦아들지 않으면서 국내 기업들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원자재 수입 가격에 예민한 국내 주요 제조 업체와 고정 비용을 보통 달러로 지출하는 항공 업체, 식품 업체와 중소기업은 계속되는 부담으로 휘청이는 모습이다.
지난 4일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원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새벽 한때 1446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인 지난 2009년 3월 1488원을 기록한 이후 15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후 계엄이 해제되면서 1410원으로 하락, 5일 오후엔 1414원을 기록했다. 비상계엄 해제 이후 ‘디지털 금’에 비유되는 가상자산 비트코인 등은 가격을 회복했지만, 정국 불안이 계속되면서 원화 가치의 상대적 하락이 지속돼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조 업계는 고환율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원자재 수입 비용이 큰 만큼 환율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업종이다. 특히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 업계의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요동칠 때마다 철광석 같은 원자재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항공 업계도 환율 변동에 한숨 쉬는 모습이다. 대부분의 고정비용을 달러로 지출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항공 같은 국내 대형 항공사는 항공기의 절반, 제주항공을 제외한 저비용 항공사(LCC)는 항공기의 대부분을 임차해서 사용하고 있는 만큼 대규모의 리스비가 드는데 이를 모두 달러로 지출한다. 연료비 역시 달러 환율에 영향을 받는다. 정유·석유화학 업계도 달러 강세 국면을 맞으면서 원유 구입 비용이 올라가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으로 또한 꼽힌다.
중소기업들도 환율 부담의 충격으로 흔들리고 있다. 경기 부천에 있는 한 스테인리스 업체 대표는 “주원료인 니켈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을 생각하면 잠이 안 올 지경”이라고 했다. 식품 업체들도 밀가루·팜유·설탕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재료 가격이 환율 변동에 따라 치솟는 것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과 중동에 떡볶이와 부침개를 수출하는 Y 업체 대표는 “정국 불안이 지속되는 만큼, 앞으로 달러 환율이 여기에서 더 치솟는 상황이 올까 두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