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대학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신용카드를 통해 연간 1억6000만원, 체크카드로 40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이에 연간 100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카드회사에 낸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김씨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80만원으로 20만원쯤 줄어들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연 매출 1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를 지금보다 0.1%포인트, 연 매출 10억∼30억원 이하 중소가맹점 수수료는 0.05%포인트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약 304만6000곳의 영세·중소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을 지금보다 평균 8.7% 정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또 카드 결제 등을 대행하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을 이용하는 약 178만6000곳의 영세·중소사업자도 수수료 부담이 평균 9.3% 줄게 된다.

◇연 매출 2억원 영세사업자 카드 수수료 20만원↓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여신금융협회에서 8개 전업카드사 CEO(최고경영자)를 만나 이 같은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한 카드 수수료 인하는 내년 2월 14일부터 적용된다.

금융위가 발표한 방안에 따르면 연 매출 10억원 이하 영세·중소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0.1%포인트 내려간다.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현행 0.5%에서 0.4%로 떨어진다. 중소가맹점의 경우 연 매출 3억∼5억원은 1.1%에서 1%로, 매출 5억∼10억원은 1.25%에서 1.15%로 각각 낮아진다. 한편 연 매출 10억∼30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1.5%에서 1.45%로 0.05%포인트 떨어진다. 체크카드 수수료율의 경우 모든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해 0.1%포인트 내려간다.

그래픽=이진영

이번 개편에 따라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의 연간 카드 수수료는 연평균 18만9000원에서 4만5000원(23.7%) 줄어든 14만4000원으로 내려간다. 또 연 매출 3억원 이상의 영세·중소 가맹점들은 매출액 구간에 따라서 연간 16만4000~23만3000원의 수수료 부담을 덜게 된다.

전체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부담 감소액은 연간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카드 등 매출세액 공제제도가 있기 때문에 연 매출 1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까지는 대부분 신용카드 수납에 따른 카드수수료 부담보다 세금을 공제받는 금액이 더 큰 상황”이라고 했다. 매출세액 공제제도는 연 매출 10억원 이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신용·체크카드, 현금영수증 등 매출액의 1.3%를 부가가치세액에서 공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카드업계가 연 3000억 감소액 부담

이날 발표된 영세·중소가맹점의 수수료 경감 방안에 따라 카드업계의 연간 수입은 약 3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가맹점 수수료가 너무 많다는 지적에 따라 2012년부터 신용카드의 자금조달 비용과 위험관리 비용 등을 고려해 3년마다 적격비용을 산출하고 이를 수수료율에 반영해 카드 수수료율을 조정해 왔다. 지금까지 5차례 카드 수수료 재산정으로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1.5%에서 내년 0.4%까지 낮춰온 것이다. 다만 연매출 30억원 이상인 일반가맹점의 약 30%는 카드수수료율이 올라가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는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등의 영향으로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이 올랐고,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각종 위험관리 비용이 커져 과거보다 인하 폭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 수수료 인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카드업계는 볼멘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 카드회사의 순이익은 전년보다 0.9% 줄어든 2조5823억원을 기록했다. 또 카드사들은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비자에게 쏠쏠한 혜택을 주는 이른바 ‘혜자카드’는 단종시키고, 연회비가 1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카드’의 출시를 늘리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쓸 만한 카드가 줄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이런 불만을 감안해 이날 현재 3년마다 이뤄지는 카드 수수료 재산정 주기를 원칙적으로 6년마다 하는 것으로 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