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3일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20개 국내 은행이 내년에 약 7000억원을 내놓는 ‘소상공인 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 돈으로 약 25만명의 소상공인이 빌린 대출금 14조원에 대한 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겁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빚을 갚지 못할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에게 대출 상환 기간을 최대 10년까지 늘려주고, 폐업하는 소상공인을 저금리로 지원하고, 성실하게 빚을 갚거나 재기하려는 소상공인에게 사업 자금을 빌려준다는 것입니다.
정부와 은행권은 지난해에도 이맘때 소상공인을 돕는다며 올해 한 해 동안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은행들이 내놓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지원 규모는 작년 은행권 예상 당기순이익(약 20조원)의 10%를 기준으로 책정했습니다. 금융권의 단일 사회 공헌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습니다.
상생금융은 윤석열 정부가 은행권을 압박하면서 탄생한 정책입니다. 윤 대통령이 ‘은행 종 노릇’ 등의 발언을 하자, 금융 당국이 나서서 은행권이 고금리로 역대급 수익을 낸 만큼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워낙 서민과 중산층이 고금리로 고통을 받고 있던 터라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선 상생금융을 반기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2조원이나 되는 큰돈을 토해내야 하다 보니 은행들은 ‘관치 금융’이라며 불만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내년 지원 규모는 7000억원으로, 올해 2조원의 3분의 1로 줄면서 뒷말이 나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4대 은행은 내부적으로 작년과 비슷하게 3000억원씩 내놔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너무 (규모가) 작아서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계엄과 탄핵이 상생금융 정책의 힘이 빠지는 데 결정적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습니다.
물론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비상계엄이 이번 대책에 영향을 줬느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만, 정부와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정치적 이벤트와는 무관하다”고 했습니다. 은행 팔비틀기가 너무 과한 것도 문제입니다. 하지만 갑자기 소상공인 지원 규모가 줄어든 이유를 정부나 은행권이 누구나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