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서울재팬클럽(주한일본상공회의소) 오찬 간담회에 앞서 이구치 카즈히로 서울재팬클럽 이사장과 기념촬영 뒤 자리를 권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가운데, 경제 전문가들과 경제 부처 관료들은 입을 모아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 권한대행마저 직무 정지되면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 권한대행의 탄핵 추진으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맡는 초유의 상황이 오면, 그간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을 믿어 온 외국인 투자자들마저 떠나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등 우방국의 지원으로 한 대행 체제가 이제 겨우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체제마저 깨진다면 한국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픽=백형선

◇계엄 후 외국인 주식 3조원 팔았다

최근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이어지는 정치적 혼란 속에 한국 경제는 얼어붙고 있다. 우선 증시가 가라앉았다. 계엄 직전인 지난 3일 코스피는 2500.10이었다가 계엄 후 4거래일 만에 5.6% 급락해 2360.58까지 추락했다. 지난 24일엔 2440.52까지 올라왔지만 여전히 계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계엄 이후에만 국내 주식을 3조원 이상 팔아치웠다.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의 지갑도 닫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계엄 사흘 뒤인 이달 6일까지 일주일간 전국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직전 주에 비해 26.3% 급감했다. 이미 1%대로 예고된 내년 성장률이 정국 불안정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7년 만에 국가신용등급 강등될 수도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마저 탄핵시킨다면, 계엄 이후의 충격과는 비교할 수 없는 더 거센 ‘2차 충격’이 우리 경제에 휘몰아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 권한대행이 직무정지되면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훨씬 더 커질 것이고, 이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최 부총리가 이를 다시 대행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대외 신인도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피치·S&P 등이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27년 만에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시킬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 권한대행 탄핵 절차가 시작되면 외국 자본 유출로 주가는 더 떨어지고, 투자가 줄어드니 경제가 계속 쪼그라들 것”이라며 “이를 지켜보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실제로 국가신용등급을 낮출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당장 국내 기업들이 달러를 조달할 때 내야 하는 금리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실적에 타격을 받으며 다시 기업 주가가 떨어지는 ‘공포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환율은 더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책 조율 능력’도 구멍 나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이 되면 대통령과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등 1인3역을 맡아야 한다. 당연히 경제 관련 부처들을 총괄·조율하는 경제부총리의 원래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한 정부 관계자는 “경제부총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을 통해 기재부를 중심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벤처부 등 모든 경제부처를 끌고나가는 자리”라며 “부총리가 외교·안보 등 새로운 일에 신경 쓰다 보면, 이런 ‘경제정책 조율’에 빨간불이 켜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결국 국정 운영에 공백이 생긴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트럼프 리스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도 커진다.

한국은행은 25일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보고서에서 “정치 불확실성 증대와 주력 업종의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며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