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제4차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 회의 주재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과 국무총리 권한을 대행하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이 무안공항 제주항공 착륙 사고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까지 ‘1인 4역’을 맡게 되면서, 일명 ‘F4(Finance 4) 회의’라 불리는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이 대신 참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경제 투톱’인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가 얼굴을 맞대고 협의하던 F4 회의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권한대행이 지나치게 많은 역할을 맡으면서 정작 경제 운용에는 구멍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30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F4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27일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환율 상승 등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모습”이라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금융·외환시장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F4 회의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회의지만, 이날 회의는 이창용 총재가 주재했다. 최 권한대행이 비슷한 시각 제주항공 착륙 사고 관련 4차 중대본 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F4 회의는 재정정책을 담당하는 경제부총리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 총재가 얼굴을 맞대고 협의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그런데 최 권한대행이 불참하면서 무게감 자체가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경제 현안에 대응하는 정부의 속도가 떨어지고, 방향성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대외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우리경제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충격이 더해질 수 있다”며 “국내 정치상황이 조속히 안정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세계 9위 수준인 4154억달러 규모 외환보유액과 27조원 수준의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시장안정프로그램 잔액 등을 고려할 때 정부·한은의 대응 여력은 여전히 충분하다”면서도 “시장에서 한 방향으로의 쏠림 현상이 과도하게 나타나는 경우 추가 시장안정조치를 적기에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