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과 통화 체제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인 배리 아이컨그린 미국 UC버클리 교수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와 대규모 재정 적자 등의 정책 변화로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미국 금리는 앞으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트럼프가 내세운 관세 부과와 대규모 재정 적자 탓에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 금리는 오직 한 방향, 상승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배리 아이컨그린(73)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미국 경제를 전망하며 “금리가 저점 수준으로 바닥을 찍었고, 앞으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했다.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예고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전망과 완전히 다른 얘기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은 대책 없이 나오는 국가를 나약하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부과하겠다고 밝힌 관세에 대해 한국 등 세계 각국이 걱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1997∼1998년 한국 외환 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자문위원을 지냈다. 2007년부터 10여 년간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해외 고문으로 활약한 바 있는 지한파(知韓派) 교수다. 그는 탄핵 정국에 있는 한국에 대해선 “정치적으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강하기 때문에 잘 극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경제적 변화는.

“대규모 재정 적자와 규제 완화다. 트럼프는 감세를 들고 나왔지만, 동시에 각종 정책을 펴기 위해 지출을 늘려야 하니 대규모 재정 적자가 발생할 것이다. 물론 정부효율부(DOGE)를 만들어 각종 비용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성공할 것 같지 않다. 금융 시장 등에서는 대대적인 규제 완화가 예상된다. 다만 시기가 문제다. 좋은 시기에는 역동성과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 트럼프의 규제 완화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매우 걱정된다.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데, 트럼프는 불확실한 사람이다. 관세 부과 문제만 봐도, 중국 등 다른 나라의 보복 관세 때문에 미국의 생산비가 올라 소비자 물가도 오르게 된다.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 자동차 산업은 지금까지 캐나다, 멕시코 등과 잘 협력해 왔다. 만약 관세로 철강, 알루미늄 가격이 오르면 자동차 값이 올라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또 트럼프가 칩스 법(미국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손보면 클린테크(친환경 기술)와 하이테크(최첨단 기술) 산업에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

-트럼프 관세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국, 중국 같은 나라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트럼프는 아무 대책 없는 나라를 나약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과잉 반응하면 오히려 트럼프를 자극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트럼프 첫 번째 임기 때 한국이나 중국은 이 균형을 비교적 잘 유지했다.”

미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4.25~4.5%로 0.25%포인트 낮췄다. 또 올해 말 기준 금리(중간값)는 연 3.9%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고, 내년 말(연 3.4%)과 2027년 말(연 3.1%)에도 더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아이컨그린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미국 금리는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나.

“작년 12월 연준의 결정이 마지막 금리 인하라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운 관세와 대규모 재정 적자 탓에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리는 바닥을 찍고 상승할 것이다. 오직 한 방향, 상승을 가리키고 있다.”

-그래도 미국만 나 홀로 호황이다.

“미국은 인공지능(AI)이나 다른 첨단 기술 분야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많은 수요를 일으켜 경제를 뜨겁게 달궜다. 그에 반해 중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은 부동산 거품이 심해지고, 생산성이 떨어지고, 공공 부채가 늘어나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 외 다른 국가들은) 정신 차려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

-한국은 탄핵 사태를 맞이했다.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가 심해지는 등 인구 구조가 좋지 않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국가 부채는 낮지만,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연금 지출 증가로 재정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 다만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은 충분히 극복할 것으로 본다.”

-비트코인 등 가상 자산은 계속 오르고 있다.

“가상 화폐는 바보들의 게임이다. 거품은 머잖아 터질 것이다.”

☞배리 아이컨그린

1952년생으로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87년부터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로 있다. 역사 분석을 통해 현재 금융 시스템을 살피는 연구를 해왔다. 국제 금융과 통화 체제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2014년에는 1987년 이후 한국 경제의 변화를 다룬 책 ‘기적에서 성숙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을 공동 집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