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 2025′가 열린 8일 미국에서 회동했다. 둘의 만남은 작년 4월 이후 9개월만으로, AI(인공지능)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분야에서 양사 협력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SK 전시 부스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국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SK그룹

최 회장은 이날 오후 CES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국내 기자들을 상대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회동에서 HBM 관련 추가 논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를 조금 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했다. 또 최 회장은 “(과거 엔비디아로부터 HBM) 개발을 빨리 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는데, 이제는 역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최대 HBM 공급사다.

또, 그는 “(황 CEO와 회동에서) 코스모스 등 피지컬 AI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고, 앞으로도 같이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에 제조업 노하우가 많이 남아 있다고도 전했다”고 했다. 피지컬 AI는 자율주행차나 로봇 등 일정한 형태를 가진 인공지능을 뜻하며, 코스모스는 이번 CES에서 엔비디아가 공개한 로봇 개발용 플랫폼의 이름이다.

최 회장은 이날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SK그룹의 AI 사업 방향성에 대해 긴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올해 CES에서 모든 것에 AI가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며 “(SK그룹은) AI 데이터센터 관련 비즈니스를 중점 추진 과제로 삼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미국 진출 구상을 묻는 질문에는 “AI 데이터센터 관련 산업은 발전소 사업뿐 아니라, 반도체·쿨링(열관리) 단계 등 모든 에너지 문제와 관련이 있다”며 “미국에는 SK가 가진 포트폴리오와 많은 접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내 AI 인프라와 관련해선 “한국에 AI 인프라와 교육이 필요하다. 외부에 의존하면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며 “AI 경쟁에서 뒤처지면 그동안 자랑해 왔던 모든 한국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마련된 'CES 2025' SK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SK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