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400원대 초반은 3년 전보다 200원 정도 오르긴 했지만 달러 강세 등 국제 금융 환경 변화 때문이어서 불안한 상황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계엄 이후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은 것은 우리의 문제, 정치 불안 때문입니다.”
최종구 국제금융협력대사(전 금융위원장)는 지난 10일 인터뷰에서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지지 않을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사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으로 있으며 극심했던 외환시장 불안을 한미 통화 스와프, 한중 통화 스와프 등을 통해 안정시킨 경험이 있다. 지난달 24일 한국 정부를 대표하는 국제금융협력대사에 임명됐다.
-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한국의 정치 불안에 가장 관심이 많다. 한국 경제를 잘 아는 사람들은 외환시장과 재정 건전성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 불안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정치 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유심히 보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지, 탄핵 관련 일정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예측대로 명확하게 진행되는지 관심이 많다. 이런 부분에서 불확실성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외환 당국은 대응할 힘이 있나?
“과도한 환율 불안을 잠재우는 데는 문제없다고 본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에는 달러 신규 차입은 물론이고 기존 차입금의 만기 연장도 안 됐다. 그래서 외환 보유액을 동원해 유동성(자금)을 공급하며 외환시장을 안정시켰다. 그때는 외환 보유액이 2800억달러였지만 지금은 4100억달러에 이른다. 더구나 과거에는 대외 부채가 대외 채권보다 많은 순부채국이었지만 지금은 대외 채권이 대외 부채보다 1조달러 가까이 많다. 외환 비상금인 외환 보유액 뒤에 안전장치가 잘 만들어져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경상수지도 작년에 800억달러 이상 흑자를 내 달러 수급에도 문제가 없다.”
- 한국의 외환 부문이 튼튼하면 걱정 없는 것 아닌가?
“우리가 외국을 보아도 어떤 중진국의 재정이나 외환 상태가 괜찮다고 하더라도 통치 구조가 흔들리면 투자를 꺼리게 된다. 그 나라 전체에 대한 신뢰가 손상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우리 경제 시스템을 신뢰하지만 외국 투자자들은 정보가 그만큼 많지 않다. 또 한국 외에 투자할 수 있는 다른 나라도 많다. 그래서 쉽게 투자를 유보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마저 흔들리면 정치 안정이 확실해질 때까지 셀 코리아(sell Korea·한국 주식과 채권 등 대량 매도)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투자 기술적인 측면도 있다. 원화 환율이 달러당 1400원일 때 1억달러를 원화로 환전해 국내에 투자한 사람이 예측 불가능한 정치 불안으로 환율이 1500원으로 튀어 오르면 원화를 달러로 재환전해도 1억달러가 안된다. 그러니 정치 불안 시기에는 투자를 유보하거나 철회할 수밖에 없다.”
-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먼저 불확실성을 최소로 줄여야 한다.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여·야·정이 최근 합의한 국정 협의회를 통해 국가 운영의 큰 의사 결정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오는 20일에 출범하는데 우리가 효과적인 대응 체제를 갖췄는지 불확실하다. 외교부와 통상 관련 부처가 협심해 미국과 대화 채널을 구축하고 여당과 야당이 합심해 뒷받침해야 한다.”
-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통치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이다. 외환 보유액, 재정 건전성 등 경제지표만 보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대외 신인도에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통치 구조의 정상적인 작동 여부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힘을 받고 있는지, 국가기관과 국민들이 이 대행 체제를 존중하고 힘을 실어주는지 여부를 외국 투자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더 이상 외국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금융시장의 투자 심리를 냉각시키지 않도록 국가기관들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