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내수부진이 장기화하고 단체 회식 문화가 약화하면서 서울시 내 호프집 수가 35% 가량 감소했다. 또 새로 문을 연 호프집 3곳 중 1곳은 1년을 못 버티고 폐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6월말 1만2716개였던 서울시내 호프·간이주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8220개로 35%쯤 줄었다. 6년새 호프집 3곳중 1곳은 문을 닫은 것이다. 호프·간이주점은 맥주, 소주, 막걸리 등 술과 안주를 전문적으로 파는 주점을 의미한다.

서울 종로구 종각역 사거리~탑골공원 사거리 인근 대로변에 폐업한 공실에 '폐업' 또는 '임대문의' 등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남강호 기자

최근 3년을 놓고 보더라도 서울시 내 호프집 수는 2022년 9159개, 2023년 8666개, 2024년 8220개로 계속해서 줄고 있다. 경기도(1369만4685명)에 이어 가장 많은 인구가 집중돼 있는 서울(933만1828명)에서, 서민들이 즐겨 찾는 호프집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건 그만큼 내수부진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새로 문을 연 호프집 중 1년 이상 영업을 이어간 호프집을 분류한 ‘1년 생존율’을 보면, 2019년 69%였던 1년 생존율은 2020년70.8%, 2021년 74.3%까지 증가했지만 이후 다시 60%대로 떨어졌다.

구체적으로 2022년 1년 생존율이 67.3%로 대폭 떨어진 데 이어 2023년 68.5%로 소폭 상승했지만, 지난해 68.4%로 다시 감소했다. 새로 문을 연 호프집 가운데 30% 가량은 1년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대표적인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10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분기별 소매판매지수(2020년=100) 증감률은 지난 2022년 2분기 -0.2%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3분기(-1.9%)까지 10분기 연속 감소세다. 이는 1995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역대 최장기간 감소세다.

전문가들은 호프집 감소와 관련해 2019년 이후 3년 동안은 코로나 팬데믹 영향에 단체모임이 감소한 영향이 주효했고, 그 이후부터는 고금리, 고물가가 이어져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0.5% 수준이었던 기준금리가 2022년 3.25%까지 오른 뒤 2023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3.5%를 유지하면서 빚이 있는 소비자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것이다.

또 젊은 층이 여가를 즐기는 방식이 달라진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집에서 홀로 술을 즐기는 ‘혼술 문화’가 젊은층 중심으로 퍼졌다”며 “이같은 소비문화 변화와 장기화하고 있는 내수부진 등이 동네 맥줏집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