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 센터 일자리 정보 게시판 앞에서 한 시민이 실업 및 취업 관련 게시판을 확인하고 있다./연합뉴스

작년 한 해 공공기관들의 정규직 신규 채용 규모가 2만명을 밑돌아 5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10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공시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전체 공공기관 339곳(부설 기관 12곳 포함)의 지난해 연간 정규직 신규 채용 인원(임원·무기 계약직 제외)은 1만9920명으로 전년(2만207명) 대비 287명 줄었다. 5년 전인 2019년(4만311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공공기관 신규 채용이 1만명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코레일관광개발, 세종학당재단 등 163곳의 신규 채용이 1년 전보다 줄었고, 예술의전당 등 7곳은 작년 채용 인원이 0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 부진으로 창업이나 민간 기업 이직을 위해 조기 퇴직하는 공공기관 직원이 줄면서 신규 채용도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한 공공기관 인사 담당자는 “조기 퇴직 대신 정년까지 꽉 채우는 직원이 늘면서 신규 채용 티오(정원)가 줄었다”고 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불경기에는 경기를 거의 타지 않고 안정적인 공공기관 일자리에 남아 있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공공기관들이 비정규직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한 점도 공공기관들의 채용 여력을 줄이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이종선 고려대 교수)도 있다. 작년 의대 증원 갈등 여파로 서울대병원·경북대병원 등 국립대 병원들의 신규 채용이 줄어든 점도 작년 공공기관 채용 부진에 한몫했다.

신입보다 경력직 수시 채용을 선호하는 재계의 채용 트렌드가 공공기관으로 확산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작년 채용된 공공기관 정규직 가운데 34세 이하는 1만6429명으로 전체의 82.5%에 그쳤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용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74.8%)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비율이다. 신입 사원 공채 문호가 좁아지면서 청년들은 아르바이트로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5월 기준 15~34세 가운데 첫 직장 근로 형태가 주 36시간 미만인 시간제 근로자 비율은 18.9%로,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7년(13.5%) 이후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