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출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시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연이어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 불확실성도 커진 데 대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관세 피해를 본 기업들을 지원하는 데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올해 무역금융을 역대 최대 규모인 366조원으로 편성하고, 관세 부과 시 타격이 큰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할 ‘관세 대응 수출 바우처’도 도입하기로 했다.

◇상반기 중소·중견기업 보증·보험료 50% 일괄 할인

18일 최 대행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수출전략회의를 열었다. 그는 “글로벌 통상 환경이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바람에 맞추어 돛을 바꾸듯’ 해법을 계속 마련해 가야 한다”며 “오늘부터 ’민관합동 수출전략회의‘를 재개해 관련 기관과 기업이 함께 수시로 머리를 맞대겠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범부처 비상 수출 대책’을 논의했다. 우선 정부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고금리·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수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올해 무역금융을 366조원 규모로 확대 편성했다. 앞서 지난달 경제정책방향 발표 당시 내놓은 규모(360조원)보다 6조원 늘린 것이다. 환율 변동 등으로 수출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무역금융은 기업이 수출품 생산을 위한 자금을 빌릴 때 보증을 서주거나, 수출 대금을 정산받지 못할 경우 보험식으로 대금을 선지급해주는 데 활용되는 자금이다. 정부는 전체 무역금융 공급액 중 100조원은 중소(60억원)와 중견(40억원) 기업에 편성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상반기 무역보험 보험료와 보증료는 일괄적으로 50% 할인해주기로 했다. 특히 수출 100만달러 이하 중소기업 3만5000개 대상으로는 보험료를 90%까지 특별 할인해준다.

지난 14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뉴스1

◇관세 대응 컨설팅 활용 가능한 수출 바우처도 공급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관세 전쟁’으로 피해를 보는 국내 수출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관세 대응 수출 바우처’도 신설하기로 했다. 기존 수출 바우처는 기업들이 수출에 필요한 서비스(홍보·규격 인증·특허 등)를 자율적으로 구입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보조금이다.

정부는 관세 피해 대응을 위해 현지 로펌을 사거나, 중간재 조달처를 변경하는 등에도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새로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미국이 어느 정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정부가 뚜렷하게 어디에 지원하겠다는 개념보다는 바우처를 통해 기업들이 필요한 곳에 그때그때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정부는 관세 대응 수출 바우처를 포함해 올해 연간 수출 바우처 예산(2400억원)의 90%를 상반기에 집중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전국 15개 수출지원센터에 ‘애로 신고 센터’를 운영해, 미국 등의 관세 조치로 피해를 본 기업들의 신고를 받아 우선적으로 수출 바우처를 공급하기로 했다.

◇관세 피해로 유턴하는 기업, 해외 사업장 정리 요건 면제

관세 피해로 국내로 복귀하는 ‘유턴 기업’에는 세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 시장을 공략해 캐나다나 멕시코로 진출했으나, 관세 전쟁 영향으로 불가피하게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들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당초 유턴 기업들은 해외 사업장 매출액을 25% 이상 축소한 이후에야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축소하는 중에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바꾼다는 것이다.

또한 관세 피해 유턴 기업에 내년까지 해외 사업장을 구조조정해야 투자 보조금을 지원해준다는 요건도 면제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유턴 기업이 해외 사업장을 청산하거나 축소하는 경우에 한해, 국내 시설 투자의 일정 비율만큼을 보조금으로 지급해준다. 이들에 대해서는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투자 보조금 지원 비율도 10%포인트 가산하기로 했다. 일반업종 기준으로 기존에 21%의 보조금을 받던 것에서 31%를 받게 되는 것이다. 2사 이상 동반 복귀 시 보조금 가산도 5%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확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 상호관세 계획 행정명령을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AFP 연합뉴스

◇수출 다변화 위해 ‘글로벌 사우스’ 공략

정부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수출 지역 간 분쟁에 대비해 수출 다변화에도 나서기로 했다. ‘글로벌 사우스’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 지원 기관인 코트라와 무역협회, 무역보험공사의 해외 거점 5곳을 신설하고 9곳을 이전·강화하는 전략이다. 멕시코와 조지아, 브라질, 남아공,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이 대상이다. 이 지역에 진출하는 기업들에는 무역보험 55조원을 공급하고, 중소·중견기업 대상으로 해외 바이어 신용 조사 서비스 비용을 50% 할인해주기로 했다.

특히 서남아시아와 중남미 등 선박이 부족한 노선에는 물류 경색이 발생할 경우 해양수산부에서 임시 선박을 투입하고, 우크라이나 등 재건 지역 수출 계약에 대해서는 중소·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상반기에 한시적으로 수출보험 특별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