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제4인터넷은행 인가를 준비하는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시중은행 가운데는 또 다른 컨소시엄인 ‘더존뱅크’에는 신한은행이 참여하기로 사실상 결정했고, 우리은행도 NH농협은행이 참여하기로 한 ‘한국소호은행’에 투자하기로 한 바 있다.

여기에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기존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에 투자해 각각 4.9%, 8.96%의 지분을 갖고 있다. 금융 혁신의 상징이자, 지점 없이 운영되는 인터넷은행을 둘러싸고 시중은행 간의 지분 참여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소상공인 온라인 금융 노하우 확보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제4인터넷은행 참여를 고민하다 최근 한국신용데이터가 주축인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NH농협은행은 디지털 금융에 자체적으로 진출하는 것보다는 이 분야에 강점이 있는 핀테크 업체와 협력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외부 컨설팅까지 맡겼다.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은 소상공인 경영 관리 서비스 운영 업체인 한국신용데이터가 이끌고 있다. 이 업체는 전국 170만 사업장에 도입된 ‘경영 관리 앱(캐시노트)’를 통해 전국 소상공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갖고 있다. 연간 분석하는 거래 금액이 약 522조원에 이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해 얼마나 특화돼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겠다고 밝힌 게 농협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진영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인터넷은행 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특정 분야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2017년 첫 인터넷은행 출범 때는 은행들이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인터넷은행 경쟁에 참전을 고려했다면, 이번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상대 영업처럼 자신들이 부족한 분야의 역량을 끌어올릴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존 소상공인 관련 대출은 거의 오프라인이 기반인데, 인터넷은행에 참여하면 온라인·자동화 과정을 쉽게 구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투자에 성공할 경우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KB국민은행은 2016년부터 카카오뱅크에 2293억원을 투자해 지분 8%가량을 확보했는데, 2022년 지분 3.1%를 약 4250억원에 매각해 큰 수익을 올렸다.

◇6개 컨소시엄이 제4인터넷은행 경쟁

인터넷은행은 금융 당국이 ‘금융의 메기 역할을 기대한다’며 2015년부터 추진했다. 2017년 4월 KT 주도의 케이뱅크가 처음 문을 열었고, 같은 해 7월에 카카오가 이끄는 카카오뱅크가 출범했다. 2021년 10월에는 핀테크 업체 토스가 주축이 된 토스뱅크가 영업에 들어갔다. 카카오뱅크는 작년 한 해 440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지난해 3분기까지 각각 1224억원, 34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래픽=이진영

인터넷은행이 금융권에 새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제4인터넷은행 출범이 추진된 것은 2023년 무렵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 독과점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금융 당국은 독과점 해법으로 신규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키기로 하고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6개 컨소시엄이 구성돼 금융 당국의 인가를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주요 심사 기준으로 자금 조달 여력과 소상공인·중소기업·지역 금융에 대한 공급 등을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인가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핀테크 기업, IT(정보기술) 업체·금융회사 등 44개 기업·단체에서 105명이 참석했다. 예비 인가 신청서는 다음 달 24~25일 받을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불확실한 정치 상황으로 선정 일정이 미뤄지거나, 인가 기준을 통과한 곳이 없다는 이유로 아예 선정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정치 일정과 무관하게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선정할 것”이라며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토스는 혁신적인 IT 플랫폼, 케이뱅크는 통신이라는 무기가 있었는데, 지금 준비 중인 업체들도 자신만이 내세울 수 있는 무언가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