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한국 사회가 인구 구조 변화로 일할 사람이 줄어들며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인구 오너스(onus·부담)’ 시대에 본격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할 사람이 늘어나면서 절로 경제가 커졌던 ‘인구 보너스(Bonus)’ 시대가 끝나고 앞으로는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매년 취업자 수가 줄어들 것이란 경고다.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면 돈을 쓸 사람도, 기술을 이어받을 사람도, 세금을 낼 사람도 감소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연간 출생아 70만명대였던 ‘90년대 초반생 효과’ 사라져

23일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분석에 따르면, 올해 인구 구조 변화로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만2000~6만명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와 작년 고용 여건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고, 순전히 일할 사람이 줄어들면서 취업자 수도 감소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이를 추산하기 위해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바탕으로 외국인을 포함한 15세 이상 인구수 변동을 파악하고, 30~59세 인구 비율 등 인구 구성상 변동까지 고려했다.

그래픽=김의균

인구가 많았던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순차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한 2010년대 후반부터 작년까지도 국내 취업자 수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17년(3686만명)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고령자 취업이 늘어난 데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1990년대 초반생들이 때맞춰 취업 시장에 적극 뛰어들면서 취업자 수를 끌어올렸던 것이다. 1980년대 후반(1986~1990년)에는 매년 62만~64만명대가 태어났지만, 1990년대 초반(1991~1995년)에는 출생아 수가 70만~73만대로 늘었다. 이런 ‘1990년대 초반생 효과’가 생산연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것을 막아준 것이다.

그래픽=김의균

◇15년 뒤 생산연령인구 3000만명 아래로

하지만 올해부터는 90년대 초반생들도 이미 30세를 넘어 대부분 노동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반면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2000년대 초반생들은 ‘인구 절벽’이라 불릴 만큼 규모가 확 줄었다. 2000년생은 64만명으로 60만명대를 유지했지만, 2001년생(56만명)은 50만명대로 줄었고, 2002년생(49만7000명)부터 2005년생(43만9000명)까지 모두 40만명대로 급감했다. 김지연 연구위원은 “올해부터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생이 노동시장에 진출하며 취업자 수 증감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 이들의 절대적인 숫자가 5~10년 선배들보다 적다”고 했다.

특히 2020년생(27만2000명)부터는 연간 출생아 수가 20만명대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에 취업자 수가 자연 감소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0년생이 대학에 가는 2040년(2903만명)에는 생산연령인구가 300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김의균

인력 공급이 자연 감소하면서 제조업 등은 산업 근간까지 흔들릴 우려가 있다. 주조·금형·프레스·가공 등 제조업 기반이 되는 ‘뿌리 산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기준 이 일자리의 30대 이하 비율은 25%로 5년 전(32%)보다 7%포인트 떨어졌다. 김현종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소장은 “한국 뿌리 산업의 기술 유출이 없었던 이유도 기술을 전승해 오는 특유의 구조 덕분이었는데, 이제 흐름이 끊길까 걱정이 크다”고 했다.

◇“유휴 인력 최대한 활용해야 ‘인구 오너스’ 극복 가능”

‘인구 오너스’로 내수 시장 자체가 위축될 우려가 크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보건·운송·음식 등 업종에서 구인난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 업종들이 위축되면 경제 전반에 돈이 잘 돌지 않게 되고, 내수 침체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결국 30~40대 경력 단절 여성 등 남은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철희 교수는 “지금 취업자 감소 위기는 청년 공급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며 “줄어드는 청년을 대체할 인력은 고령층보다 출산·육아 등으로 잠시 노동시장을 떠났다가 진입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채워야 한다”고 했다.

☞인구 오너스

인구 오너스(onus·부담)는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경제 성장 동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일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가 커지는 인구 보너스(Bonus)와 대비되는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