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산층 가구의 여윳돈이 작년 4분기(10~12월) 70만원을 밑돌아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4일 통계청의 가계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소득 3분위(소득 하위 40~60%) 가구의 월평균 흑자액(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흑자액 기준)은 작년 4분기 65만7563만원으로 1년 전보다 11.8% 감소했다. 흑자액은 월 소득에서 대출 이자와 소득세, 취득세,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과 의식주 비용, 사교육비 등 소비지출을 뺀 금액이다.
번 돈에서 쓰고 남은 여윳돈이 없어 적자 살림을 이어가는 1분위(소득 하위 20% 이하)를 제외하면, 2분위(소득 하위 20~40%·14.4% 증가)와 4분위(소득 상위 20~40%·6.5% 증가), 5분위(소득 상위 20% 이하·10.2% 증가) 등 3분위 이외의 다른 소득 계층은 흑자액이 증가했다.
코로나 대유행 당시인 2021년 3분기만 해도 3분기 흑자액은 94만원을 웃돌아 2019년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었지만 점차 줄어 1년 뒤 70만원대로 떨어졌고 작년 4분기 들어 70만원을 밑돌았다. 이런 경우는 2019년 4분기(65만2503원)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3분위 흑자액이 60만원대로 떨어진 이유는 소득에 비해 지출이 더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3분위 가구의 소득은 2.7%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가계 지출 증가율은 6.3%로 증가 폭이 소득의 2.3배에 달했다. 특히 자녀 사교육비가 대부분인 교육비는 증가율이 13.2%에 달했다. 전체 가구의 평균 교육비 증가 폭(0.4%)을 크게 웃돈다.
3분위의 대출 이자와 세금,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은 12.8% 불었다. 특히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 비경상조세가 작년 4분기 5만4596원으로 1년 전의 거의 6배로 뛰었다. 고금리 여파로 내 집 마련을 미루던 30·40대들이 뒤늦게 내 집 마련에 나서면서 주택 구입에 따른 취등록세 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중산층의 여윳돈 감소가 내수 위축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작년 4분기 3분위 가구의 소비 지출 항목 가운데 의류·신발은 4.6%, 오락·문화는 6.5%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