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플랫폼 발란. /발란 제공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 ‘발란’이 판매대금을 제때 정산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티메프(티몬‧위메프)와 유사한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파트너사들은 발란에서 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지난 24일 일부 입점사에 정산대금을 입금하지 못했다. 발란의 월평균 거래액은 300억원 안팎이며, 전체 입점사 수는 1300여개다. 입점사들은 수백만 원부터 많게는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정산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란 측은 “자체 재무 점검 중 정산금이 과다 지급되는 등의 오류가 발견돼 정산금을 재산정하고 있다”며 “28일까지는 입점사별 확정된 정산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지켜본 발란 입점사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지난 25일에는 판매자 20~30명이 발란 사무실을 찾아 거세게 항의해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란 측은 직원들의 신변 안전을 우려해 전 직원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발란은 팬데믹 기간 국내 명품 온라인 구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주목받았던 업체다. 톱스타 김혜수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거래액을 늘리고 플랫폼 인지도도 높였다. 2023년만해도 약 32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및 해외직구에 대한 제약이 사라지고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온라인으로 명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가 뚝 떨어졌다. 더불어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할인 행사와 쿠폰 발급을 늘려 수익성도 나빠졌다.

발란은 2015년 설립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발란의 유동자산은 56억2000만원, 유동부채는 138억1000만원이다. 1년 새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1년 내 상환해야 할 부채가 2배에 이르는 셈이다.

발란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달 실리콘투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다만 292억원에 불과한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년 전 기업가치 금액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발란 측은 “현재 관련 이슈의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라며 “미정산 문제와 관련한 판매자 불안을 불식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