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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금융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금융사 경쟁이 치열하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말 국내 기업 500사를 조사한 ‘인공지능 기술 활용 실태’에 따르면, AI 기술을 실제 경영에 적용하는 금융사는 57%에 달했다. 전체 기업 평균(31%)을 웃도는 수치다. 금융사들은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회사 내부 업무 절차를 효율화하는 것은 물론, 최신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서비스로 고객 편의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미래 금융 시장 선점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인공지능(AI) 분야를 비롯한 미래 금융 시장 선점 채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 AI 법인 웰스스폿(Wealthspot)을 설립했고, 호주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운용사 ‘Stockspot(스톡스폿)’을 인수했다. AI 기반 서비스를 더한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려는 것이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최근 그룹 내 ETF 비즈니스를 공유하는 ‘ETF Rally’ 자리에서 시장을 변화시킬 차별화된 상품이 될 수 있는 ‘킬러 프로덕트(Killer Product)’를 강조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ETF 운용 자회사 ‘Global X’와 미국 AI 법인 ‘웰스스폿’이 협업한 그룹의 첫 AI 기반 상품을 올 상반기에 ETF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증권사들은 인공지능(AI)이 알아서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해 주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 출시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adviser)를 합친 단어다. 알고리즘 기반으로 맞춤형 연금 자산 배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종전의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투자자에게 포트폴리오를 추천해 주는 수준이었다. 반면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퇴직연금 자금을 직접 운용한다. 감정에 흔들려 매수와 매각을 반복하지 않는 AI의 특성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률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이 서비스를 신규 혁신 금융 서비스로 지정했고, 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미래에셋증권 등은 올해 상반기 중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여러 부가 기능도 붙는다. 한화투자증권 MTS는 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투자 지원 기능을 제공한다. AI 토픽 검색 기능을 통해 연금 투자 시 유망한 해외 자산과 ETF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AI 뉴스 요약 기능을 통해 연금 시장의 주요 흐름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뉴스가 영향을 미칠 만한 종목과 등락률을 제시해 사용자의 실제 투자 아이디어로 연결하게 해 준다.

◇고객 접점 플랫폼 완비

금융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친절하게 제공하기 위해 고객 접점인 디지털 플랫폼 품질 향상에도 몰두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작년 8월 리뉴얼한 국내 상장 ETF 정보 제공 포털 ‘FunETF’에서는 국내 모든 ETF·펀드 상품을 검색할 수 있다. ‘필터 검색’을 활용하면 150여 주요 키워드 필터를 직접 조합해 검색할 수 있다. ‘구성 종목으로 ETF 찾기’로는 특정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 ETF 상품을 검색할 수 있어 최근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종목에 높은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는 ETF 등을 찾을 때 유용하다. ‘투자하기’ 버튼을 누르면 증권사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화면으로 이동해 매매가 가능하다. 삼성·KB·NH 등 13개 증권사와 연동되어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2월 자사 ETF 홈페이지에 ‘ACE AI 고객센터’를 열었다. ACE AI 고객센터는 AI를 활용해 24시간 투자자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서비스다. 한투운용과 AI 핀테크 기업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가 공동 개발한 이 서비스는 매일 24시간 내내 ETF 투자 문의에 응답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간 금융권에서 활용하고 있던 챗봇(Chatbot)으로 키워드 검색만 가능했던 것과 달리 ACE AI 고객센터에서는 대화형으로 한 번에 답을 얻을 수 있어 편리하다. LLM 기반 채팅에서는 ETF 상품 전반에 대한 답변을 받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를 가장 많이 편입한 ETF’를 채팅창에 입력하면, 전일 기준 해당 종목을 가장 많이 편입한 ETF와 종목 편입비를 알려준다.

젊은 층을 겨냥한 트렌디한 디지털 콘텐츠도 다양해졌다. 삼성증권의 ‘고수PICK’은 중개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서 투자하기 좋은 종목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다. 초보 투자자를 위해 마련한 이 서비스는 삼성증권 ISA 고객 중 전월 투자 성과 상위 1000명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을 랭킹 형식으로 제공한다. 삼성증권은 4컷 만화 스타일의 숏폼 영상으로 제작한 투자 정보 영상인 ‘투자네컷’도 제공한다. 투자 경험이 적은 초보 투자자를 위해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기업과 산업을 설명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 용어와 복잡한 수치들로 인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기업 분석 리포트를 4컷 만화 형식을 활용한 짧은 영상으로 구성해 쉽고 친근하게 전달한다.

◇고객 친화 혁신 서비스

DB손해보험은 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요원의 이동 경로와 예상 도착 시간을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DB-S 시스템’을 지난해 말 공식 오픈했다. 교통사고나 긴급 상황이 발생해 보험회사에 출동을 요청해도, 고객들은 출동 요원이 언제 도착할지 알 수 없어 불안한 시간을 보내야 했던 것을 디지털로 극복하자는 취지다. ‘DB-S 시스템’은 출동 요청 즉시 고객에게 위치 조회 URL 웹페이지를 전송해 고객이 이 페이지를 통해 출동 요원의 현재 위치와 이동 경로, 예상 도착 시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DB손해보험은 타이어 펑크나 배터리 방전 등으로 인한 긴급 상황 발생 시 출동하는 요원의 이동 정보를 고객에게 안내하는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는데 서비스를 확대한 것이다. 앞으로 사고 장소 인근 우수 협력 정비 업체 정보를 추천해 고객이 안심하고 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도 개발해 제공할 예정이다.

디지털 기술이 금융 사고를 막는 역할을 한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금융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수집되는 접속 정보, 거래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상 금융 거래를 사전에 탐지하고 차단하는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을 최근 대폭 고도화했다. 금융 당국이 제시한 51가지 이상 거래 탐지 시나리오를 기본으로 하되, 새마을금고만의 특성을 고려해 250가지 이상의 시나리오를 추가로 개발해 적용했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 감소 지역 89곳에서도 400여 점포를 유지하고 있고, 금융 사기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는 중장년·고령층 고객 비율이 높은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고객 생활 전반을 관리

금융회사들은 디지털을 활용해 고객의 전반적인 생활을 관리한다. 미래에셋생명은 AI가 제공하는 똑똑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모바일 앱 ‘M-LIFE’를 통해 제공한다. 사용자의 건강검진 기록과 의료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주요 질환의 위험도를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건강 관리 가이드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특히 질병 예측 기능은 사용자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19개 주요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고, 위험 인자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래에셋생명은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타 보험사 가입자에게도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해, 금융과 건강을 아우르는 차별화된 서비스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오는 7월에 ‘AI PB(프라이빗 뱅커)’를 ‘SOL증권’ 앱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고객이 가장 많이 접근하는 홈 화면에서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더욱 직관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종전에는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직접 검색하거나 지점 PB를 통해서만 제공받을 수 있었지만, AI 기술이 적용되면서 더 많은 고객이 개인 맞춤형 금융 투자 정보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고객의 투자 관련 질문에 최적 답변을 제공하는 ‘증권GPT’도 제공된다. 고객들의 금융 패턴과 투자 선호도를 분석하고, 실시간 시장 데이터를 반영해 최적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등 AI 기술 덕분에 더욱 정교하고 풍부한 금융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