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들고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반대해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일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온종일 지인들과 연락해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감독 당국의 수장의 말의 무게를 고려하면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상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후 열린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로 인해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부권 행사에 대한 의견이나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사의를 표명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씀드릴 건 아닌 거 같다. 이해해 달라”고 했다.
앞서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고 수차례 밝혔고, 직(職)을 걸고 막겠다고 발언해왔다. 그는 최근 직제상 상관인 김병환 금융위원장에게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사의를 표명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뒤에는 자신의 사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모양새가 됐다.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이 ‘직을 걸겠다’던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 수장이 직을 건다고 수차례 얘기했는데 지금 와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유야무야 없었던 일로 되돌리면, 앞으로 금융사들에 대한 검사나 조사를 할 때 금감원의 영이 서겠느냐”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4일 내려지는 점이 변수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거나 기각되면 어떤 식으로든 금융시장 혼란이 예상되는데, 혼자 그만두게 되면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창용 한은 총재 등에게 큰 부담을 전해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원장이 사퇴할 결심을 굳혔지만, 구체적인 방식이나 시기 등을 놓고 심사숙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2년 6월 7일 취임한 이 원장의 3년 임기는 오는 6월 6일에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