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은 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 뉴스쇼에 출연해 “당장 내려놓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또 나라가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나 속편하자고 그렇게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냐는 주변의 만류가 있으니 조금 더 고민하겠다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사실상 즉각 사퇴는 거부한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뉴스1

이 원장은 또 직제상 상관인 김병환 금융위원장에게 사의를 표명했지만, 김 위원장이 만류했다고 전했다. .

이 원장은 “금융위원회 설치법상 (금감원장 임명) 제청권자가 금융위원장이고 최근 금융위원장께 연락을 드려 내 입장(사의)을 말씀드렸다”며 “내 말씀들을 들으셨는지 부총리와 한은총재도 전화를 주셨는데, 시장 상황이 너무 어려운데 니가 경거망동하면 안된다고 만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아니 저도 공직자고 말을 뱉어놓은 게 있는데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마침 오늘 밤이 미국에서 상호관세 발표가 있다. 그래서 상의를 해서 (그분들이) 내일 아침에 F4회의(거시 경제·금융 현안 간담회)에서 보자고들 하셨다. 일단 그런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실적으로 4월4일(탄핵 선고날) 상황이 대통령이 오시는지 안오시는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저도 어쨌든 임명권자가 대통령님인 이상, 어떤 입장을 표명을 하더라도 할 수만 있으면 대통령님께 하는게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일 아침 F4회의는 내가 안 갈 수 없는 상황이고 상호관세 이슈 뿐만 아니라 역외환율 등등 금융시장 상황을 봐야 하고, 내일 만나서 시장상황 메시지와 대응방안 마련하고 우리들(부총리·한국은행총재·금융위원장)끼리 얘기해야 할 거 같다”고 했다.

그는 또 “4월이 내가 챙기고 있는 이슈 가운데 홈플러스 유통 현안이 있는데, 본의 아니게 검사·조사권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이고, 아직 수사기관을 동원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유통업을 유지시켜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지금은 행정적 단계에서는 최대한 조정해야 하는 그런 문제도 있다”며 즉각 사퇴하기는 어렵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YONHAP PHOTO-3131> 최상목 권한대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 권한대행, 김병환 금융위원장. 2025.3.14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ihong@yna.co.kr/2025-03-14 08:50:05/ <저작권자 ⓒ 1980-2025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와 함께 그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전날 상법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대통령님이 자리에 계셨다면 거부권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그는 “작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만에 하나 상법개정안이 통과가 되면 대통령께서 거부권을 행사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기도 하고, 금감원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그 이유는 재의 요구권이라는 것은 예외적으로 헌법가치 위반 처럼 제한적인 데 써야하는데, 저희가 정부안으로 추진하고 있던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원칙적으로는 주주보호 조항이 있는데, 우리가 그걸 이미 추진하는 상황에서 조금 다른 모양이 있더라도 그걸 어떻게 거부권까지 행사하나는 기존의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 지난 총선때 많은 사람들이 출마를 권했는데, 가족들이 만류해 뜻을 접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내가 확신이 있었으면 하고 싶다고 결론을 내렸을 텐데, 내 주변 사람들이 정치를 하려면 가족들의 희생이 있어야 한다고 했고 가족들이 만류해 뜻을 접었다”며 “퇴임하면 민간에서 시야를 넓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