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상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들고 사퇴 의사까지 밝혔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오는 6월 6일 끝나는 임기를 완주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원장의 지금까지 발언을 고려하면 어이없다’는 반응이 업계에서 나옵니다.

이 원장은 지난달 13일 민주당이 주도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자신의 직(職)을 걸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사퇴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이 법안은 기업 이사의 성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그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금감원의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 등이 상법은 전국 100만 기업의 의사 결정을 제한할 수 있으니 대안으로 2600여 상장 법인을 규제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이 원장은 지난달 19일에는 상법 개정안을 재고해 달라는 한국경제인협회 등에 “나는 직을 걸었는데, 당신들은 무엇을 걸 것이냐”며 다시 사퇴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일,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돌연 입장을 바꿨습니다. 당일 “사의를 표명할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말씀드릴 건 아닌 거 같다”고 하더니, 다음 날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좀 더 고민하겠다’는 식으로 얘기했습니다.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이 나자, 이 원장은 주변 만류와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들며 사퇴할 때가 아니라는 식의 말과 행동을 보인다고 합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탄핵 선고 직후 이 원장이 ‘경제 상황이 어려우니까 긴장감을 늦추지 말자’며 굉장히 열의를 갖고 말을 했다”고 했습니다.

실제 이 원장은 이달 중순 중국 금융 당국 회담 등을 위해 베이징, 홍콩을 방문합니다. 또 다음 달 중순에는 주요국 금융감독기관장·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스위스도 찾을 예정입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금융감독기구 수장이 말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면 금감원이 하는 검사와 조사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말합니다. 이 원장은 자신이 자리에 연연하는 게 금융계의 신뢰를 갉아먹는 걸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