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원자재 가격 상승, 고환율, 인건비‧에너지 비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이 계속 뛰고 있다. 그러나 술값만은 연속 하락세를 보이는 ‘물가 역주행’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불경기로 외식 물가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술집을 향하지 않자 식당들이 술값부터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통계청의 ‘2025년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주(외식) 물가는 1년 전 대비 1.3% 떨어져 작년 9월 이후 7개월 연속 하락했다. 맥주(외식) 역시 작년 12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소주(외식)와 맥주(외식) 품목은 일반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주류 가격을 반영한다. 소주(외식)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한 것은 이례적이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0년 1월 이후 2005년 7월(-0.8%) 단 한 번뿐이었다. 맥주(외식) 물가의 하락 역시 1999년 7~11월 이후 약 26년 만이다.
반면 다른 먹거리들의 가격은 껑충 뛰었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1년 전과 비교해 3.6% 올랐다. 기업들이 가격을 올린 커피(8.3%), 빵(6.3%), 햄과 베이컨(6.0%) 등의 상승률이 특히 높았다. 올해 들어 3개월간 냉동만두, 과자,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물가 상승과 관련해 “담합이나 불공정 행위에서 비롯된 것인지 철저히 감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술값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소주 반값’, ‘맥주 무료’ 등을 걸고 장사하는 곳이 늘어났고, 이것이 술값 물가에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식당들이 주류 마진을 최소화하면서 고객 붙잡기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인 메뉴 가격은 식품 자재비와 인건비 등의 부담이 커 현실적으로 가격을 내리기가 어려운 사정도 있다. 식당 주인들은 “옆집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주류 마진이라도 깎아야 한다”면서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