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016년 법정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후 그 혜택이 노조가 있는 대기업 일자리에 집중되면서 청년들에 대한 양질의 일자리 문턱은 더 높아졌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임금 체계는 조정하지 않고 정년부터 연장하면서 기업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신규 채용부터 줄였다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리자는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한은의 분석이 영향을 줄지 관심이 높아진다.
8일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과 서울대 김대일 교수는 ‘초고령사회와 고령층 계속 근로 방안’이란 이슈 노트에서, 2016년 법정 정년 연장으로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0.4~1.5명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전체적으로는 2016~2024년 고령층(55~59세) 임금 근로자가 약 8만명 늘었지만, 청년층(23~27세) 임금 근로자는 약 11만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년 선호도가 높은 대기업 일자리에서 두드러졌다. 노조가 있으면서 고용 보호를 강하게 받는 300인 이상 기업에 정년 연장 혜택이 몰렸고,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부담을 낮추려 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정년 연장의 혜택이 유노조, 대기업 일자리에 집중되면서 노동시장 이중 구조가 심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양적으로도 청년 고용이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청년 고용이 나빠졌다”고 했다.
다만 연구팀은 한국이 작년 말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이상)에 진입하면서 노동 공급 감소와 성장 잠재력 저하를 막기 위해 ‘고령층이 더 오래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그래서 법정 정년 연장의 대안으로 고령 근로자에 대한 ‘퇴직 후 재고용’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는 기업이 정년이 된 근로자와 임금 체계를 바꾼 새로운 근로 계약을 맺어 다시 고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연공형 임금 체계에서 벗어나고 근로시간 등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고령층의 퇴직 후 재계약으로 평균 약 40%의 임금 삭감이 이뤄진다.
연구팀은 올해부터 퇴직 후 재고용 촉진 정책을 도입해 65세까지 계속 일하는 비율이 10년에 걸쳐 50~70%까지 늘어나면 향후 10년간 성장률을 0.9~1.4%포인트(연간 0.1%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노동 인구 감소로 인한 성장률 하락의 3분의 1을 상쇄할 수 있는 정도다.
근로자 개인도 65세까지 계속 퇴직 후 재고용을 통해 일하면 정년 이후부터 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 공백 기간(60~64세) 동안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에 종사할 때보다 월 소득이 179만원 증가하고, 65세 이후 연금 수령액은 월 14만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