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뉴스1

한국의 성장률이 사상 처음으로 4개 분기 연속으로 0.1% 밑으로 떨어진 ‘저성장 쇼크’가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해 2분기 이후 분기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0.1%→0.1%→-0.2%’로 떨어지면서 지난 1년간 우리나라 성장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낸 것이다. 성장률이 4개 분기 연속으로 0.1% 이하를 기록한 것은 과거 대형 경제 위기 때도 없었다.

◇’깜짝 반등’ 없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속보치)는 지난해 4분기보다 0.2% 감소했다. 1분기 성장률은 한은이 지난 2월에 내놓은 전망치(0.2%)보다 0.4%포인트나 낮고 결국 마이너스 성장이 현실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관세 전쟁 영향이 반영되기 전임에도 우리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진 것이다.

과거 1997년 IMF 외환 위기 때 그 해 4분기부터 성장률이 3개 분기 동안 ‘-0.6%→-6.7%→-0.8%’를 기록했지만, 네 번째 분기(1997년 3분기)에는 2%라는 큰 폭 회복세를 보였다. 2008년 금융 위기 때나 2020년 코로나 위기 때도 2개 분기 연속으로 0.1%를 하회하는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세 번째 분기에는 곧바로 1~2% 성장했었다.

이날 발표에서 우리나라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NI)은 지난해 4분기보다 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며 지난해 2분기(-1.2%) 이후 다시 3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건설 불황이 저성장 흐름 주도

민간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건설 불황이 길어지면서 올 1분기 역성장의 주된 요인이 됐다. 의료·오락문화 부문 소비가 부진하면서 민간소비가 전 분기보다 0.1% 감소했고, 건설투자도 건물 건설을 중심으로 3.2% 줄었다.

지난해 4분기(-4.5%)보다 그 감소폭이 줄었지만 건설투자 역시 4분기 연속 역성장했다(-1.7%→-3.6%→-4.5%→-3.2%). 올해 1분기 우리 경제에 대한 건설투자 부문 성장기여도는 전기 대비 0.4%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지난해 2분기부터 줄곧 성장을 깎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 위주로 2.1% 쪼그라들었다. 설비투자의 1분기 성장률은 2021년 3분기(-4.9%)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끄는 순수출 역시 상황이 좋지 못하다. 순수출 성장 기여도는 올해 1분기 0.3%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4년 1분기 이후로 0%포인트대를 밑돌고 있다.

이날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2분기 성장률은 내수만 봤을 때 민간 소비를 중심으로 소폭 개선될 가능성이 있지만 지난 2월에 제시한 전망치(0.8%)에는 조금 못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역성장 수렁 빠져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내수와 수출 모두 무너지며 저성장에 내몰렸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고용 부진과 부동산 침체가 겹치며 소비 반등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정부가 최근 12조2000억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편성했고, 한은은 이 같은 규모의 추경이 우리 경제를 0.1%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를 진작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향후 미국 관세 부과 영향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저성장 흐름을 끊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소 실장은 “이미 올해 0%대 성장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한은이 4월 금리를 내리지 못함으로써 이미 경기 부양의 시기를 놓쳤다는 우려가 든다”며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침체를 최대한 방어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