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1월 3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KCC 측은 “정 명예회장이 최근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했고, 가족들이 모여 임종을 지켰다”고 전했다.
1936년생인 정 명예회장은 6남 1녀의 맏이였던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이다. 고인의 별세로 ‘영(永)’ 자 돌림을 쓰는 현대가(家) ‘창업 1세대’ 시대가 막을 내렸다. ‘왕회장’으로 통했던 정주영 명예회장이 2001년 타계했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2005년), 정순영 성우그룹 명예회장(2005년),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2006년), 정희영 여사(2015년) 등이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스물두 살 때인 1958년 슬레이트(지붕·천장 등에 사용하는 돌판)를 제조하는 ‘금강스레트공업’을 창업했고, 60년 넘게 경영 일선에 몸담았다. 1974년 고려화학을 세워 도료 사업에 진출했고, 1989년 건설사업 부문을 분리해 금강종합건설(현 KCC건설)을 설립했다. 2000년 금강과 고려화학을 합병해 금강고려화학㈜을 출범시켰고, 2005년 KCC로 사명을 바꿨다. ‘산업보국’에 대한 그의 뚝심 덕분에 KCC는 선진국이 주름잡던 건축·산업자재 국산화에 성공했고, 첨단 소재 화학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고인은 외모나 말투 등이 정주영 명예회장과 흡사해 ‘리틀 정주영’으로 불리기도 했고, 21살 터울인 큰형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으며 따랐다. ‘현대’에 대한 애정도 각별해 2003년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별세 후 “현대그룹 경영권은 정씨 일가의 것”이라며 조카며느리인 현정은 회장과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농구 명문 용산고를 거쳐 동국대를 졸업한 고인은 농구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고인은 2001년 현대 걸리버스 농구단을 인수해 KCC 이지스를 창단했다. 맏형 정주영 회장이 운영하던 현대 걸리버스가 IMF 외환 위기 사태 후 상황이 어려워지자 동생이 구단을 인수한 것이다. 농구단 인수 후 KCC는 5차례나 국내 프로농구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고, 정상영 명예회장은 KCC의 모든 경기를 챙겨보는 것으로 유명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은주 여사와 정몽진 KCC 회장,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정몽열 KCC건설 회장 등 3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고, 발인은 3일 오전이다. KCC 관계자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최대한 간소하게 장례를 치를 예정이며,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