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졸 청년의 취업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생산성·창의성이 가장 왕성한 젊은 고급 인재들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 경제적으로도 심각한 낭비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OECD 국가 청년(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과 고용 지표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대졸 청년 고용률은 OECD 평균(82.9%)보다 크게 낮은 75.2%라고 18일 밝혔다. 이는 조사 대상 37국(38국 중 칠레는 제외) 중 31위로, 선진국인 영국(90.6%), 독일(88.4%), 프랑스(85.2%), 미국(84.2%)과는 더 격차가 컸다. 이번 조사는 고등교육 이수율 조사 연령 기준을 25~34세로 설정하고 있는 OECD 기준에 맞춰 이뤄졌다.
한경연은 특히 우리나라 대졸 청년 중 비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이 20.3%로 OECD 37국 중 셋째로 높다고 밝혔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으로, 일할 의사가 없거나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뜻한다. 지난해 국내 대졸 청년 가운데 비경제활동인구 10명 중 3명은 취업준비생, 2명은 그냥 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대졸 청년들의 취업이 지연되는 이유로는 전공과 일자리의 ‘미스매치’가 꼽혔다. 올해 통계청 조사에서도 일자리와 전공의 불일치율은 52.3%로 취업자의 절반 이상은 전공과 무관한 일자리에 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전공과 일자리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이유로 급변하는 기업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대학 교육의 한계를 들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미 스탠퍼드대의 컴퓨터공학과 정원은 2008년 141명에서 지난해 745명까지 5배 넘게 증원됐지만, 서울대는 55명에서 70명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대학 정원 규제 완화와 대학 경쟁력 강화를 통해 전공-직업 간 미스매치를 줄이고, 고급 인적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높은 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 증가 속도가 대졸자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청년 대졸자 취업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한경연은 우리나라 청년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9.8%로 OECD 37국 중 1위를 차지했지만, 고학력 일자리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졸자는 연평균 3.0% 증가한 데 반해 고학력 일자리는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4차 산업혁명 등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정보통신·로봇 기술의 발달로 생산 시스템이 고도화되면서 모든 산업의 취업유발계수(상품·서비스 생산이 10억원 늘 때 창출된 취업자 수)는 2010년 13.8명에서 2019년 10.1명으로 줄었다. 양질의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7.86명에서 6.25명으로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도 기업들이 청년 신규 채용을 막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적됐다. 우리나라는 세계경제포럼(WEF) 노동시장 경쟁력에서 141국 중 97위를, 프레이저 연구소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 자유도 순위에서는 165국 중 149위로 최하위권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한번 뽑으면 자르기 힘든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기업들의 신규 채용을 위축시키고, 청년들의 취업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