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올 들어 네 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총 1조38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두 번에 걸쳐 부동산을 담보로 3700억원의 대출도 받았다. 쿠팡이 대규모 자금을 수혈하고 있는 것은 물류센터 확장과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쿠팡 플레이 콘텐츠 확보를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쿠팡의 최근 실적을 보면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투자 확대로 인해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쿠팡의 지난 3분기 매출은 5조4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늘어났지만 영업손실이 3716억원으로 전년 대비 45.7% 늘었다.
투자에 올인하고 있는 것은 쿠팡뿐만이 아니다. 쓱닷컴, 롯데온, 11번가와 같은 이커머스 업체의 3분기 영업손실은 모두 지난해 동기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커머스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적자와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점유율 높이기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일명 쿠팡식 ‘계획된 적자’ 성장 모델을 따라 하는 것이다.
◇적자에도 공격적 투자는 계속된다
이커머스 업체들의 투자는 물류센터와 마케팅에 집중되고 있다. 쿠팡은 유상증자와 담보대출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부산, 청주, 김해, 창원, 완주를 비롯한 전국 10개 지역 물류센터 구축에 1조5000억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쿠팡은 이미 30여 도시에 100여 개의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또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쿠팡 플레이에서 국가대표 스포츠팀 경기를 독점 중계하고 어린이 콘텐츠, 자체 제작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도 대폭 늘리고 있다.
쓱닷컴은 지난 3분기 매출액이 3865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 증가했지만 영업손실(382억원)은 10배가 늘었다. 지난 8월 TV 광고에 톱스타인 배우 공유와 공효진을 출연시키면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 데다 이마트 매장 내에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PP(피킹&패킹)센터 구축과 IT 인력 채용 관련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쓱닷컴을 갖고 있는 신세계의 이커머스 투자 금액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3조5000억원으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데 이어 향후 4년간 1조원을 들여 이커머스 배송을 위한 물류센터를 늘릴 계획이다. 신세계는 성수동 본사 건물을 1조2200억원에 매각하면서 자금을 마련했다.
지난 3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어든 11번가와 롯데온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1번가는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물류센터와 지난달 임대 이용 계약을 맺고 이달부터 운영 중이다. 이 물류센터 규모는 1만7517㎡로 기존 인근에 운영 중이던 물류센터 규모에 비하면 5배가량 크다. 롯데온은 할인 쿠폰 발급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면서 투자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점유율 30% 업체 등장할 때까지 치킨게임”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통업계는 조 단위로 투자받고 조 단위로 투자하는 쿠팡이 버티지 못하고 2025년 전에 쓰러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까지 쿠팡의 누적 적자는 4조7500억원이었다. 하지만 올 초 쿠팡이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을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업공개를 통해 확보한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오히려 국내 온라인 유통을 주도하는 입장이 됐다.
여기에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네이버쇼핑, 신세계·이베이코리아, 쿠팡의 이커머스 3강 체제가 굳어졌다. 세 기업 사이의 점유율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다. 지난해 말 기준 네이버쇼핑이 17%, 쿠팡이 13%, 점유율 3%에 불과하던 쓱닷컴이 이베이코리아와 합쳐지면서 15%의 점유율로 2위가 됐다.
점유율이 비슷한 1~3위의 세 업체 중 절대 강자가 나타날 때까지 이커머스 업계는 치열하게 출혈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아마존이 47%, 중국의 경우 알리바바가 56%로 이커머스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3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업체가 나타날 때까지 지금처럼 적자를 불사하고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