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추진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와 기술 협력 사업을 두고 구설에 올랐습니다. 국제 사회가 한목소리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판하면서 각종 제재에 동참하는 상황에서 우리 중기부는 전쟁을 이유로 우크라이나와 협력 사업은 중단하면서 러시아와는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겁니다.
문제의 사업은 중기부가 2020년부터 진행해온 ‘해외 원천기술 상용화 기술 개발 사업’입니다. 해외 기술협력국의 우수한 원천·혁신 기술을 이전받아 우리 중소·벤처 기업이 상용화할 수 있게 정부가 돕는 사업입니다. 2020년과 2021년엔 러시아하고만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국가로 사업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국회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 우크라이나를 협력 대상국에 추가했습니다.
그런데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에 따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중기부는 지난달 말까지였던 참가 기업 모집 기한을 이달 11일로 연장했습니다. 근데 우크라이나와 협력 사업은 ‘잠정 연기’해버렸습니다. 애초 10개 협력 과제 중 8개는 러시아와, 2개는 우크라이나와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우크라이나를 빼버린 것입니다.
중기부는 “우크라이나 사업은 진행이 불가능하지만, 러시아와는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쟁은 우크라이나 땅에서 났으니 러시아와 협력 사업까지 중단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국제 사회가 러시아 제재에 나서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전략 물자를 수출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기술을 이전받는 것이어서 국제사회 제재와도 충돌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해외 원천 기술을 들여와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사업 취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경제제재를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러시아 보이콧’을 외치는 상황에 굳이 우크라이나를 제외하고 러시아와 사업은 계속하겠다는 건 무슨 의도인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안 그래도 우리 정부가 러시아 제재에 뒤늦게 동참해 논란이 됐지요. 올해 사업 예산은 43억9000만원으로 큰 규모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사업부터 국제 정세를 고려해 신중한 정책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게 아닌지 아쉬움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