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제주 핀크스GC에서 개최된 국내 대표 남자 골프대회 'SK텔레콤 오픈 2022'.사진은 핀크스GC에서 물과 음료를 배달하며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 자율주행 배송 로봇 '뉴비'. /SKT 제공

이른바 ‘SK텔레콤 골프룰’ 공지문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이 회사 한 임원이 다른 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이 전달에 전달을 거듭하며 회사 전체로 확산했고, 급기야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공지’라는 제목과 함께 올라온 것이다. 메시지는 ‘적당히 봐주면서 치는 것 없고, 깐깐하게 프로골퍼 룰에 가깝게 쳐야 한다’는 취지인데, ‘명랑골프’를 추구하는 아마추어에겐 다소 가혹한 내용이 담겨 고압적인 느낌도 준다. SKT 측은 “사적 친목과 관련한 일이 회사 입장처럼 퍼져나가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6일 온라인에는 ‘모두가 페어(Fair·공정)하게 경쟁하기 위한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라는 제목과 함께 골프 규칙을 담은 메일이 발송됐다. 메일에는 “사내 임원간 라운드에서만이라도 ‘SKT 룰’을 최대한 지켜 플레이 해달라”며 “룰이 잘 적용되도록 앞장서 달라”는 설명이 적혔다.

이어 소개되는 소위 ‘SKT 룰’은 상당히 깐깐하다. ▲노 멀리건, 노 일파만파 ▲디봇이나 벙커에서 꺼내거나 옮겨치기 없음 ▲벙커에서 칠 때, 모래에 클럽 미리 닿기 금지 ▲OB/해저드 티가 없는 경우, 페어웨이를 벗어난 지점 또는 그 지점의 카트 도로에서 한 클럽 ▲워터 해저드에 빠졌을 경우에는, 워터 옆 또는 워터 뒤에서 치기 ▲도로에 스탠스가 걸리면 그대로 치거나 도로 바깥쪽(어드레스 자세 정면 방향)으로 한 클럽 이내 드롭 ▲도로 위 공은 옮길 수 있으며, 도로 중앙 기준으로 좌우측 방향을 지켜 한 클럽 이내 드롭 ▲퍼팅 시, 오케이 거리는 퍼터 한 클럽(그립 포함) ▲로스트는 PGA룰상 2벌타지만 진행을 고려해 1벌타 적용 ▲오비티/헤저드티 등 로컬룰이 있을 경우 로컬룰을 우선 적용한다 등 내용이 담겼다.

특히 OB·해저드 티가 없는 경우는 50m쯤에서 페어웨이를 벗어나 해저드 구역 200m까지 갔으면 50m 지점이 나간 위치를 기준으로 한다는 예시를 드는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모호한 경우에는 OB·패널티 지역으로 공이 들어간 곳과 깃대 연장선에서 후방 1클럽 이내 드롭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메일 내용 하단에는 “SKT 룰은 PGA 룰과 거의 같으며 오케이 인정 등만 일부 변형했다”며 “지속해서 업데이트하겠다”고 적혔다.

이 메일은 당초 SKT 한 최고위급 임원이 다른 최고위급 임원들을 상대로 발송한 것이었는데, 산하 임원들에게 전파되면서 말단 직원들에게까지 퍼졌고, 마침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공지’라는 말머리로 글이 올라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적인 취미에 관해 회사가 공지할 이유도, 계획도 없다”며 “내부 소수 임원의 메일 내용이 외부에까지 퍼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