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태양광 대표 업체인 OCI의 미국 자회사 미션솔라에너지가 텍사스주 태양광 모듈(태양전지를 모아놓은 패널) 생산 공장에 4000만달러(약 570억원)를 투자한다. 이를 통해 생산 능력을 210㎿(메가와트)에서 1GW(기가와트)로 5배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4분기 증설에 착수해 이르면 내년 말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다.

OCI의 이번 증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 통과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미국 태양광 시장 성장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IRA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미국 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지원하는 법안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미국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면 최대 30%의 투자 세액 공제를 지원한다. OCI는 “이번 증설로 10년간 최대 약 5억6000만달러(약 8025억원)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투자금에 대한 세액공제는 물론, 태양광 발전량에 따라서도 추가로 보조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지난 8월 IRA 발효 이후 국내외 태양광 기업들이 미국으로 달려가고 있다. IRA 법안이 한국산 전기차에 부정적이지만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업체엔 기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태양광 업체들 “IRA를 기회로”

미국은 한국산 태양광 셀·모듈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셀·모듈의 미국 수출액은 각각 2억4000만달러, 4억7000만달러다. 셀·모듈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68.3%, 65.3%에 달한다. 보고서는 “IRA의 시행에 따라 미국 내 공장 설치 및 생산 요건을 충족한다면 관련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경쟁력 있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 부문인 한화큐셀은 최대 18억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셀·모듈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존 태양광 모듈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를 포함해 텍사스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한화큐셀은 지난 5월엔 조지아주 돌턴 공장 인근에 1억7100만달러(약 2451억 5000만원)를 투자해 1.4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추가 건설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도 미국 현지 자회사를 통해 텍사스주 등 미 전역에서 약 13GW 규모의 태양광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태양광 제조업체들도 잇따라 미국 투자를 발표하고 있다. 스위스 태양광 장비 제조사인 메이어 버거는 IRA 발효 후 애리조나주에 태양광 모듈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400㎿ 규모로 공장 가동을 시작한 뒤 1.5GW까지 생산 규모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캐나다 기반의 글로벌 태양광 제조업체 헬리언은 미네소타주 모듈 공장 옆에 두 번째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IRA 이후 미국 태양광 산업은 르네상스기를 맞을 것”이라고 했다.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업들도 기대감 커져

태양광뿐만 아니라 IRA 수혜가 예상되는 해상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도 생산 능력을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풍력 타워 세계 1위인 국내 업체 CS윈드는 지난 9월 세계 풍력 터빈 1위인 덴마크 베스타스와 생산 합작법인을 출범했고, 지난 6월 독일 지멘스가메사와 초대형 해상 풍력 시스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해상풍력발전에 필요한 해저 케이블을 생산하는 LS전선은 올해 초 북미에서 3500억원 규모 해상풍력용 해저 케이블 공급 계약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IRA 이후 미국 신재생에너지 시장 전망이 급격히 변하면서 국내 태양광·풍력 에너지 기업들의 현지 투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