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00조원 이상 투자하기로 한 경기 평택시 ‘고덕산업단지’에서 불과 2km 떨어진 평택 세교동 ‘평택 일반산업단지’. 지난 14일 찾은 이곳은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고약한 냄새가 났다. 준공한 지 30년 된 이 산단엔 ‘유해화학물질’이라는 문구를 써 붙인 탱크 트럭들과 레미콘 차량들이 오갔다. 현재 6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지만, 곳곳엔 녹슨 철문이 잠긴 채 운영하지 않는 공장도 여럿 보였다. 도로에는 각종 건설 자재와 폐기물이 방치돼 있었다. 인근 아파트촌 주민들의 민원으로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되고, 지역 정치인들이 “이전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놓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곳은 원래 시 외곽에 조성됐지만, 2018년부터 인근에 아파트 대단지가 개발되자 ‘도심’ 한복판에 들어선 기피 시설이 돼버렸다. 이곳의 한 입주 기업 관계자는 “주민들 민원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먼저 터 잡고 있던 산단 기업들이 결국 아파트에 밀려나는 신세”라며 “증설 허가를 받았다가 사업을 접은 기업, 문을 닫고 나간 기업이 여럿”이라고 말했다.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부터 조성이 시작돼 지난 60년간 한국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돼온 ‘산업단지’가 늙어가고 있다. ‘시설’ ‘제도’ ‘인력’ 모두 노후화된 ‘삼로(三老)’ 산단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도로·배수관 등이 낡은 ‘시설’ 노후화는 말할 것도 없다. ‘업종 제한’ 같은 해묵은 규제 때문에 첨단 업종은 들어오지 못하고, 용도 규제로 편의점·카페 하나 입주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이 취업을 기피하자 산단 인력도 늙어가고 있다. 전국 산단의 청년층 비율은 13.6%에 불과하다.
평택 세교동 산단처럼 20년 이상된 노후 산단은 올해 1분기 기준 전국 471곳. 전국 산단의 37%에 달한다. 전국의 산단은 1276개로, 여전히 12만여 기업, 230만 3000여명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 경쟁력의 기반인 산단을 ‘미래형’으로 바꾸는 ‘산단 대개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가 제조업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산단 재생’은 후방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