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하는 도중 실리콘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2일(현지 시각) 인공지능(AI)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 장비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대중 수출을 내년 1월부터 막는 추가 제재안을 발표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미국이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 독자적으로 시행한 것”이라며 “양국이 오랜 기간 협의해온 사안이고, 우리 측 요구도 일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제재안이 발표되기 전까지 오랜 기간 미국 통상 당국과 꾸준히 협의를 이어오며 우리 기업들의 요구 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시적인 협의 채널을 운영하며 HBM 통제 기준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 미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모든 HBM을 중국 등 24개 나라에 수출할 경우 미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지만, 패키징된 HBM에 대해서는 통제 요건을 달지 않기로 했고 2세대 HBM인 ‘HBM2’에 대해서는 조건부로 수출을 허가해주기로 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구조도(왼쪽)와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개발한 12단 HBM3E(5세대 HBM) D램. /삼성전자

이번 조치로 우리 기업이 받을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대중 제재안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 우려에 대해 “(삼성전자 등) HBM을 생산하는 우리 기업에도 다소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향후 미국 규정이 허용하는 수출 방식으로 전환하면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중국에 수출하는 HBM이 거의 없다. 대부분 미국에 공급하고 있는데 생산량이 미국 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당장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구형 HBM만 일부 중국에 공급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의 영향을 받는 우리 기업은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HBM의 비중은 낮은 수준이고 반도체 제조 장비 제재와 관련된 우리 기업은 소수”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이번 대중 반도체 제재는 사실상 바이든 행정부의 마지막 수출 통제 카드로 분석된다. 그런 만큼 바이든 대통령의 남은 임기 한 달 반 사이에 추가로 수출 통제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지만, 우리 정부는 차기 미 행정부에서의 수출 통제 가능성을 계속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이번 제재안이 앞으로 우리 수출 기업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수출 통제 제도 설명회를 통해 업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미국 정부와 함께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에 관해 집중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