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한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 합동 브리핑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장관, 최 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김병관 금융위원장이 참석했다. /장련성 기자

4일 오전 국내 중견기업 A사에 ‘제품을 제때 납품하는데 문제가 없겠냐’는 문의가 해외 거래처로부터 왔다. 또 다른 외국 기업과 합작사인 B기업에도 “앞으로도 계속 투자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냐”는 문의가 왔다. 전날 심야에 약 150분 간 선포된 비상계엄의 후폭풍이 기업들에게도 번졌다.

이 때문에 이날 아침부터 국내 주요 기업들은 해외 거래처나 투자자의 불안감, 수출·입에 영향을 주는 환율 변동의 여파 등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특히 당분간 정부 기능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자체적으로 해외 시장이나 협력사, 공급망 등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독려한 곳이 많았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오전 그룹 수뇌부가 모인 가운데 계엄 관련 여파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일부 부서 임직원들은 전날 계엄 발표 이후 긴급히 회사로 다시 출근해 밤새 시장과 상황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도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부회장) 주재로 오전 10시 긴급 경영진 회의를 소집해 이 사태와 관련한 여파를 점검하라고 당부했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 등 다른 주요 기업들도 간부들이 대외 변수들을 따져보면서 앞으로 시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HD현대는 이날 오전 권오갑 회장이 사장단 회의를 열어 “비상경영 상황에 준하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방산이나 원전 수출 등 외국 정부와 우리 정부, 기업이 함께 손발을 맞춰야 하는 분야에서는 업계 우려가 작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특히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또 공급망이 재편되고 새로운 통상 질서가 생길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가 역할을 제대로 못 하면 기업 홀로 대응해야 해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로부터 K2 전차와 K9 자주포 등을 수입하는 계약을 맺은 폴란드의 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슈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X에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국방부차관으로부터 무기 계약의 협력과 이행에 문제없다는 보증을 받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