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의 두산밥캣 분할·합병안이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지난 6개월간 원전 산업 경쟁력 확보 등을 명분으로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에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날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8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분할 및 합병 안건에 조건부 기권 입장을 밝히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이로써 12일 예정된 두산에너빌리티 임시 주주총회에서 부결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는 9일 제15차 위원회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분할 합병 승인의 건에 대해 조건부로 ‘찬성’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합병 반대 의사 통지 마감일 전일인 오는 10일 기준 주가가 주식 매수 예정가액보다 높은 경우’를 조건으로 찬성 표결을 행사하고 그 외에는 기권하겠다는 결정이다. 수책위는 이 같은 결정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합병 회사의 주주는 회사에 대해 주주총회 전 합병 반대 의사를 통지함으로써 주식 매수 예정가액으로 보유 주식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 주식 매수 예정가액은 두산에너빌리티가 2만890원, 두산로보틱스가 8만472원이다. 불공정 합병 논란에 휩싸이며 일반주주들의 반발이 극심했던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이날 장중 주가가 1만7000원대임을 고려하면 10일까지 주가가 20% 이상 상승해야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행사할 수 있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현 정부의 원전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며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원전주들은 최근 주가가 급락했다. 오는 10일까지 관련 불확실성이 제거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은 기권표를 행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의 분할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6천억원이 넘을 경우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분할합병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데, 국민연금 한곳만으로도 주식매수청구권 규모 한도를 훌쩍 넘어버리기 때문에 분할합병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