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양진경

신세계그룹의 경영 위기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인 이커머스 계열사 G마켓이 실적 부진 끝에 중국 기업 알리바바와 함께 돌파구를 찾는 선택을 했다. 신세계그룹은 26일 알리바바 인터내셔널과 조인트벤처(합작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5대5로 출자해 2025년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데, 신세계그룹은 G마켓을 현물 출자한다. G마켓은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와 함께 새로 만들어지는 합작법인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국내 1세대 이커머스 기업인 G마켓은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를 일으킨 것으로 지목된 구영배 큐텐 대표가 지난 2000년 창업했다. 국내 1위 이커머스 기업이었던 G마켓은 2009년 당시 세계 최대 온라인 경매 기업인 이베이에 1조6000억원에 인수됐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21년 G마켓을 운영하던 이베이 코리아 지분 80.01%를 3조4404억원에 인수했다. 신세계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였다.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유통 분야까지 세를 확장하기 위해 G마켓 인수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기대와 달리 G마켓은 실적 부진이 계속됐다. 결국 신세계그룹은 G마켓 인수 3년 6개월 만에 G마켓을 떼어내 한국 시장에서 세를 확대하려는 알리바바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방법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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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부진 이어진 G마켓

2021년 당시 신세계그룹은 G마켓을 인수하며 “신세계그룹이 디지털 그룹으로 전환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G마켓은 신세계 인수 첫해인 2021년 43억원 흑자를 기록한 뒤로는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2년 654억원, 작년 32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341억원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G마켓을 인수할 시점에 이미 쿠팡의 광폭 행보가 본격화했다”며 “이커머스 업계가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데, G마켓은 시대의 흐름에 빠르게 따라가지 못하며 고전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유통 국내 1위인 신세계에도 이베이 코리아 인수금 3조4404억원은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신세계는 자산 매각을 통해 이베이 코리아 인수 대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동원됐고, 이마트 가양점, 이마트 베트남 등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했다. 이 외에도 부동산 자산을 추가 매각하거나 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도 신세계가 너무 과한 금액을 주고 인수했다는 말이 나왔다”며 “G마켓을 통해 온라인 유통으로 세를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알리바바와 합작 택한 신세계

재계에서는 신세계의 G마켓 인수가 그룹 전체를 흔들어놨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이마트는 12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했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대형 마트 영역으로 여겨졌던 신선 식품 부문까지 사업을 확대하면서 경쟁력에서 밀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커머스 기업들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이마트가 야심 차게 인수한 G마켓은 오히려 신세계그룹의 실적 부진을 부채질했다. 지난 3월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컬리와 이마트’라는 보고서에서 “이마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 어느 쪽에 힘을 실어야 할지 여러 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쿠팡에 대항하고자 G마켓·옥션을 무리하게 인수했지만 물류 통합을 이뤄내지 못하는 바람에 영업권 상각과 손상차손으로 회계 장부를 얼룩지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마트는 지난 3월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달에는 두 번째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G마켓 역시 지난 9월 근속 2년 이상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소비 위축과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돌이켜보면 신세계가 G마켓을 인수하면서 쓴 돈이 정말 아까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6월 G마켓을 이끌 새 대표로 정형권(51) 전 알리바바 코리아 총괄을 영입했다. 정 대표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기업인 알리바바 그룹의 한국 지사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정 대표가 부임한 지 채 반년이 되지 않아 신세계는 정 대표의 친정인 알리바바와 합작법인을 만드는 결정을 내렸다.

신세계그룹은 G마켓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알리바바와 합작회사를 설립한다. 출자 비율은 5대5로 같다. 합작회사의 자회사로 들어가는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독립적으로 플랫폼을 운영한다고 한다. 이번 합작을 두고 시장에서는 신세계그룹이 G마켓을 매각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겠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신세계그룹은 “G마켓 판매자들은 알리바바의 강점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 세계에 새로운 판로가 생기게 된다”며 “판매자들의 거래 규모가 확대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게 되면 소비자 혜택 확대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