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에너지 공급 확대’를 강조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임박한 가운데, 지난해 한국이 미국에서 수입한 원유가 사상 처음 2000만t(톤)을 넘기며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제 마진 실적이 크게 부진했던 국내 주요 정유사들이 비교적 싼 원유와 안정적인 수급처를 찾아 중동에서 미국까지 수입처를 다변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미국산 에너지 수입에 속도를 낸다면, 미국산 원유 수입이 올해 더 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원유 약 1억3700만t 중 미국산은 약 2151만t(15.7%)을 기록했다. 1위 도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약 4789만t)에 이어 둘째로 많은 수준이다. 그동안 미국산 원유는 트럼프 1기 행정부를 거치며 수입량이 꾸준히 늘어왔다. 2016년 수입량은 30만t(19위)에 불과했지만 2019년 1779만t을 기록하며 3위 도입국에 올랐고,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수입량이 계속 늘면서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미국산 원유 수입이 늘어난 주된 이유로는 ‘가격’과 ‘안정성’이 꼽힌다. 국내 정유사들이 더 싸고 수급이 원활한 미국산 원유가 중동산보다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물론, 사우디 등 산유국이 주도하는 OPEC+(오펙 플러스)의 감산 연장으로 중동 지역의 원유 수급 불안이 커지자 정유사들은 미국산 원유로 눈을 돌렸다. 여기에 지난해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두바이유보다 배럴당 2~7달러가량 낮게 형성되는 흐름도 계속 이어졌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업황이 부진했던 정유사들이 단 몇 센트라도 저렴한 원유를 안정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린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려나갈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본지에 “미국산이 가격 측면에서 중동산보다 유리해 수입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고, 박성택 산업부 1차관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우리 에너지 기업 입장에서 미국산 석유·가스 도입이 경쟁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