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국내 리조트 업계 1위인 대명소노 그룹은 저비용항공사(LCC) 2위 티웨이항공 경영진 앞으로 경영 개선 요구서를 보냈다. 여기엔 기존 경영진의 퇴진과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명소노 측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도 주주명부 열람 등사 청구, 이사 선임 주주 제안 등 후속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이사회 과반(過半)을 차지해 티웨이항공의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현재 티웨이항공 2대 주주인 대명소노의 지분율은 26.77%. 최대 주주인 티웨이홀딩스·예림당 측(합산 지분율 30.06%)과의 지분 차이는 불과 3%포인트 남짓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21일 티웨이항공 주가는 장중 최대 17% 급등했다. 지난해 12월 30일 2330원이었던 주가는 최근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커지면서 3360원(21일 종가 기준)으로 3주 만에 44%가 치솟았다. 티웨이홀딩스도 이날 상한가를 기록했다.
오는 3월 정기 주총 시즌을 앞두고 재계에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대 주주의 지분이 많지 않은 저평가 우량주(株)를 중심으로 이 같은 분쟁뿐 아니라 행동주의 펀드들의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의 경영 개선 요구 등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아주기업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 소송 공시 건수는 지난 2022년 175건에서 지난해 320건으로 83% 증가했다.
◇주총 앞두고 곳곳서 경영권 분쟁
주총을 두 달여 앞두고 티웨이항공과 경영권 분쟁에 나선 대명소노는 쏠비치·소노캄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국내 리조트 업계 1위 기업이다. 지난해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의 지분을 인수해 각각 2대 주주로 올라섰고, 이달 초 ‘항공사업 TF’를 출범시켰다. 대명소노는 오는 6월 에어프레미아의 주총에서도 본격적인 경영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이 급식 사업을 염두에 두고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아워홈도 현재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매각에 긍정적인 현 아워홈 경영진 측(구본성 전 부회장, 구미현 회장)의 지분 57.84%를 86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다음 달 중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다른 남매들의 지분을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한 구지은 전 부회장과 구명진씨 등(합산 지분율 40.27%)은 매각을 반대하고 있어,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작년 9월에 시작된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도 23일 임시 주주총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MBK·영풍 측과 이를 지키려는 고려아연 측은 그간 공개 매수 등을 통해 치열한 표 대결을 벌여왔다. 재계에선 이번 주총에서 MBK·영풍 측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할 경우, 해외 펀드가 국내 기업들을 인수하려는 시도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 주총 화두 주주 활동, 경영권 분쟁”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지난 17일 KT&G 전직 임원 21명을 상대로 1조원대로 추정되는 손해액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임원들이 2002년부터 17년간 1조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KT&G 산하 재단, 사내복지근로기금 등에 무상 또는 저가로 기부해 회사가 손해를 입은 만큼 이를 회복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KT&G는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 등을 위한 것으로 이사회 결의를 비롯한 제반 절차를 모두 준수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배 구조 개선 최우선 삼고 주주 가치 제고 대책 마련을”
아주기업경영연구소는 최근 펴낸 ‘2025 정기주주총회 프리뷰’ 보고서에서 올해 정기 주총의 화두가 주주 활동, 경영권 분쟁 등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배당 관련 안건과 소액 주주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관련 안건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지분 경쟁도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 측은 “경영권 분쟁의 주체들은 지배구조 개선을 최우선으로 삼고,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최선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일시적인 주가 상승과 경영 투명성 향상 등이 일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