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각) 취임 즉시 ‘전기차 의무화 폐기’ 등 각종 정책을 발표하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배터리 업계가 초비상이다. 작년 11월 트럼프 당선 이후 약 3개월째 주가 하락세가 이어졌던 배터리 업체 주가는 이날 발표 이후 LG에너지솔루션(-4.32%), 삼성SDI(-3.90%), SK이노베이션(-3.71%, SK온의 모회사) 등이 또다시 큰 폭 하락했다.
배터리 업계는 트럼프 취임이란 ‘예고된 재앙’이 현실화함에 따라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불황이 더 길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 수령을 전제로 미국에 조(兆) 단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왔다. 취임 당일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정부 부처에 ‘IRA에 근거한 보조금 등 자금 지출을 즉각 중단하라’고 지시하면서 악재가 현실화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외 무역협상을 미국 우선주의 관점에서 검토하라’고 지시한 트럼프의 신(新)통상정책은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인 자동차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한미 FTA도 재논의될 경우 미국산 자동차 수입을 늘려야 할 수 있다.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의 관세 혜택을 노렸던 한국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전방위적인 ‘보편 관세’를 예고한 트럼프 정부는 우선 오는 2월 1일부터 멕시코,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한국 기업들은 최종 소비시장(미국)과 가까운 곳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니어쇼어링’ 전략으로 멕시코, 캐나다에 투자를 확대했는데, 이렇게 되면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해진다.
반면 조선, 방산, 정유업계는 불확실성에 대비하면서도 기대감을 보이는 모습이다. 중동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정유사들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미국산으로 선택지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미국 해군력 강화를 위해 ‘SOS’를 요청했던 한국 조선업은 주요 기업이 장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반등했다. 조선 3사인 HD현대중공업(6.00%), 한화오션(5.60%), 삼성중공업(1.33%) 모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