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요 기업들의 로비 금액이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칩스법 등 미·중 갈등 속 공급망 재편에 따라 현지 투자를 강화하고, 새 정부 출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로비 규모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23일 미국 상원에 접수된 기업별 로비 내용을 보면, 삼성그룹은 2024년 698만달러(약 100억3000만원)를 로비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372만달러에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이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 보조금, 지식재산권 보호 등과 관련해 주로 로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관련 사업을 확대 중인 한화그룹도 로비액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는 지난해 391만달러(56억2000만원)를 로비에 써서, 2021년(64만달러)의 6배가 됐다. 한화는 미국 태양광 사업을 하며,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수입하는 태양광 패널 관세와 관련해 행정부와 의회 상대로 로비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면서 미국 방산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 로비액은 현대차그룹의 작년 로비금액 328만달러(47억2000만원)보다 많았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가동을 앞두고 있는 등 자동차, 로봇, 자율주행, AAM(미래항공모빌리티) 분야 등에서 미국 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현대차그룹 로비액 자체는 2021년 291만달러에서 약 13% 늘어난 정도였다.

SK그룹은 2024년 559만달러(80억4000만원)를 써 삼성그룹 다음으로 많았다. SK하이닉스와 SK온과 관련해 반도체·배터리 관련 분야에 주로 로비를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에서는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2곳이 총 114만달러(16억4000만원)를 지출했다. 배터리, AI 등 이슈에 대응하는 차원이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기업보다는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