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5월 26일 오후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대구공항에 비상구 출입문이 열린 채 착륙한 아시아나항공기에서 한 승무원이 문에 안전바를 설치한 뒤 두 팔을 벌려 막고 있다. /대구국제공항 관계자 제공

지난 28일 화재 사고가 발생한 에어부산 일부 탑승객들은 “짐 챙기는 승객과 탈출하려는 사람이 엉켜 아수라장이었다” “승객들이 힘을 합쳐 직접 비상구 문을 열었다”고 증언했다. 일부 승객은 “승무원들이 가만히 앉아 있으라며 소화기를 뿌리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승무원의 대처가 답답해 보여도 비상 상황에서 승객들이 맘대로 행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안전 요원인 승무원의 지시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탑승객 전원이 대피했지만, 자칫 심각한 인명 피해로 이어질 만한 모습이 있었다는 것이다.

가장 위험하게 지적된 행동은 ‘비상구를 임의로 여는 것’이다. 한 전직 항공사 기장은 “승객이 임의로 문을 열 경우, ‘암드(Armed) 모드’가 아니면 비상 슬라이드가 자동으로 펼쳐지지 않아 자칫 건물 3층 높이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할 수 있다”며 “또 엔진이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방하면 사람이 빨려들어갈 수도 있고, 외부 공기가 기내에 갑자기 유입돼 불이 더 번질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이번 화재 당시에는 승무원의 협조 요청으로 승객이 문을 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짐을 챙기는 것’도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내 짐을 챙기다가 다른 사람이 생명을 잃을 수 있고, 슬라이드가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에 모든 소지품은 반드시 그대로 남겨둔 채 탈출해야 한다”고 했다.

기내 화재가 발생하면 비상 훈련을 받은 승무원의 지시를 의심 없이 따르는 것이 최우선이다. 탈출 준비가 되면, 몸을 낮추고 팔로 입과 코를 가린 뒤 뒤돌아보지 말고 신속하게 가까운 비상구로 움직여야 한다. 굽 높은 구두나 모서리가 날카로운 장신구와 소지품을 제거하고, 비상 슬라이드를 이용해 빠르게 탈출한다. 탈출 후에는 폭발 위험 등을 감안해 항공기에서 최대한 멀리 이동하고 어떤 경우에도 다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사고 때는 일부 승객이 짐을 든 채 비상 슬라이드를 타고, 탈출한 뒤에도 기체 주변을 서성거리는 모습이 포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