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모든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예고한 대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쏘아 올린 관세 전쟁이 특정 나라를 넘어 품목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자동차 對美 수출만 65조원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반도체와 자동차는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 품목이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그만큼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는 미국에 자동차 347억4000만달러(약 50조원)를 수출했다. 우리나라 대미(對美) 수출 품목 중 1위로, 전체 대미 수출의 27.2%를 차지했다. 반도체의 경우 106억8000만달러(약 15조원)를 수출해 8.4%의 비율이었다. 전체 대미 수출 품목 중 3위고, 작년엔 세계 반도체 경기 회복과 맞물려 전년 대비 수출이 116%나 늘어나기도 했다.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관세 부과가 현실화한다면 자동차가 1차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전체 무역 적자 중 자동차가 가장 크기 때문에 1차 타깃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국제통상학회장을 지낸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도 “자동차는 미국이 한국, 일본 등 다수 나라에서 적자를 보고 있고 미 제조업 부흥에도 중요해 관세 부과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美 생산 압박 가능성

반도체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현재 회원국 간에는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WTO 회원국 간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품목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정을 거스르고 미국에 들어오는 반도체에 세금을 매길 수 있다고 예고한 것이다.

대만 TSMC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 /TSMC

전문가들은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으로 생산 기지를 더 많이 옮기도록 유도하는 협상 카드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은 반도체 제조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관세 부과는 미국에도 대단한 불이익”이라며 “자꾸 반도체 이야기를 꺼내는 건 대미 투자를 늘리거나 대중 수출 통제에 동참하라는 정도의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자국 내 산업 유치를 위해 당장은 손해가 되더라도 초강수를 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당장 미국 내 생산으로 대체가 어려운 품목이다. 대만 TSMC나 한국 삼성전자 등이 미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다. 또 엔비디아 등 반도체 생태계가 이미 미국 중심으로 형성돼 있고, 반도체는 미국 첨단 산업에도 매우 중요한 품목이라 섣불리 건드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