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로 우리나라를 압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기 당시 트럼프 정부는 취임 6개월 만에 첫 FTA 개정 협상 대상으로 우리나라를 지목했다. 2기에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먼저 꺼내면서 우리나라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철강에 이어 반도체와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 부과 방침을 내놓았는데, 하나같이 우리 수출의 핵심 품목이다. 트럼프발 관세 태풍권에 우리가 서서히 빠져들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 우리의 대미 통상 협상 ‘주무기’는 트럼프 1기에 비해 몰라보게 달라진 한·미 무역 통상 구조라는 지적이 많다.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우리의 대미 무역 흑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흑자액 중에서 미국에 다시 투자한 금액도 그만큼 늘어났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고 조언한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2017년 초부터 2024년까지 우리나라가 미국과 무역해 얻은 흑자의 78.5%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에 쓰였다. 우리 기업들이 미국 수출에서 100만원을 벌면 80만원을 미국에 다시 투자했다는 얘기다.
우리의 대미 무역 흑자는 트럼프 1기 정부 첫해인 2017년 179억달러였으나, 2024년엔 557억달러로 증가했다. 미국 내 AI 열풍과 자동차 수요 증가 등에 따른 것이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에 직접 투자한 금액도 같이 뛰었다. 미국 측 요청에 따른 대규모 생산 시설 건설에 따른 것이다. 우리의 대미 직접 투자액은 트럼프 1기 정부 동안 평균 143억8000만달러였는데, 이후 바이든 정부 4년간 평균은 269억2000만달러였다. 2배가량으로 늘어난 것이다. 심지어 2021년과 2022년엔 흑자액 227억달러, 280억달러보다 미국 투자 금액이 각각 279억달러, 295억달러로 많았다.
미국의 현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미국 비영리단체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한국의 직접 투자나 리쇼어링으로 미국에서 생겨난 일자리가 2021~2023년에 연평균 2만6602개였다. 트럼프 1기 이전 7년(2010~2016년) 동안 연평균 1546개에 불과했던 것이 트럼프 1기 정부 4년간 연평균 5207개로 늘었고 바이든 정부를 거치며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