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산 기업들은 탄약, 재래식 무기를 넘어 국산 첨단 무기 수출을 위해 중동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왔다. 지난 2013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훈련기 겸 공격기 T-50 24대를 이라크에 수출하는 데 성공하면서 본격적인 중동 진출의 물꼬를 텄다. 당시 기준으로, 역대 K방산 수출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후 미사일 방공 시스템 ‘천궁II’, 수리온 헬기 등이 중동 지역 공략에 있어 ‘K방산 주역’으로 맹활약했다. 중동은 이웃 적대국이나 반군 등의 미사일, 드론 공격 위험이 상존해 ‘대공(對空) 방어 무기 체계’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작년 9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이 이라크 정부와 3조7000억원 규모의 ‘천궁II’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천궁II는 ‘한국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국산 미사일 방공 시스템으로 적 항공기나 미사일 같은 공중 목표물을 탐지, 미사일을 발사해 격추시키는 중거리·중고도 지대공(地對空) 무기다.
지난 2022년 UAE(아랍에미리트)와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에 각각 4조원대의 수출을 성사시킨 데 이어 중동 3국에 조 단위의 계약을 연달아 체결한 것이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천궁II는 최대 요격 고도가 15km로 미국 패트리엇(20km)보다 낮지만 미사일 한 발 가격이 3분의 1 수준으로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이번 수출을 계기로 향후 국산 장거리·고고도 요격 체계의 추가 수출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다연장로켓(MLRS) ‘천무’도 중동 국가에 수출해 운용 중이다. 80km 사거리의 239mm 미사일 12발을 동시에 쏠 수 있는 천무는 한국을 겨냥한 북한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핵심 무기로,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상대 무기를 무력화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KAI는 작년 12월 이라크 정부에 1300억원대 규모의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을 수출하는 데도 성공했다. KAI 관계자는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인 보라매도 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목표로 중동 국가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