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中東)은 잦은 무력 충돌로 전 세계에서 국방비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이웃 적대 국가나 내부 반군 등의 위협 때문에 항상 군 현대화에 대한 수요가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3년 중동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레바논 8.9%, 사우디아라비아 7.1%, 오만 5.4%, 이스라엘 5.3%, UAE 5.3%, 요르단 4.9%, 쿠웨이트 4.9%로 세계 평균(2.3%)보다 높다. 현재 휴전국인 한국 국방비 비율(2.8%)의 2~3배에 달한다.
다만 중동은 방산 수요와 국방비 지출액은 많지만, 제조 기반이 약해 수입 의존도가 높다. 실제로 중동은 지역별 세계 무기 수입 점유율에서 30%(2019~2023년 기준)를 차지, 아시아·오세아니아(37%)에 이은 2위였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절대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자체 방위산업을 육성해 세계 10대 무기 수출국에 포함된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사실상 자주국방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중동의 최대 관심사는 ‘무기 수입 다각화’다. 미국이 바이든 정부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전투기, 유도탄 등 무기 수출을 일시 동결하는 등 강력한 힘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입장에선 이 같은 영향력에서 벗어나 무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신흥 방산 파트너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 방산 업계 입장에서도 중동은 반드시 뚫어야 할 시장이다. 그간 한국은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입지를 다져왔는데 최근 유럽 시장에서 강력한 견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독일과 프랑스 같은 유럽 전통 방산 강국을 중심으로 한국 방산의 진입을 막으려는 ‘방산 카르텔’ 형성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K방산의 강점인 ‘가성비’와 빠른 납품 속도 등을 앞세워 중동과 미국 등으로 수출 경로를 다각화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