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에서 약 7만㎡ 규모로 사과와 배를 재배하는 이은주 청하농원 대표는 작년 가을 자율 주행 로봇을 활용해 일손을 절반으로 줄였다. 수확용 박스를 실은 운반 로봇이 작업자 뒤를 따라다니며 작업자가 바로 과일을 따서 담을 수 있도록 도왔고, 박스가 가득 차면 미리 입력한 경로를 따라 트럭으로 이동해 박스를 비우고 되돌아왔다. 이 대표는 “운송 기계를 직접 몰며 수확하던 때와 비교하면 작업 속도가 배로 빨라졌다”고 말했다.
로봇이 속속 농촌으로 들어오고 있다. 잡초를 제거하는 로봇부터 젖소 착유(搾乳)를 대신해주는 로봇까지 다양한 로봇이 등장해 농가 일손을 돕기 시작했다. 농가 고령화 해법으로 등장한 로봇이 개발과 실증 단계를 거쳐 하나둘 실제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선 ‘농기계 업계의 테슬라’라 불리는 존디어가 앞장서고 있고, 국내에서도 대동 같은 농기계 전문 중견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국내 1위 농기계 업체 대동은 농업용 운반 로봇 ‘RT100’을 출시한다고 17일 밝혔다. 과수원에서 사용 가능한 로봇으로 작년 시범 운영을 마치고 4월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 기능만 바꾸면 제초, 방제 로봇 등으로 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국내 젖소 농장에 로봇 착유기를 보급하고 있다. 현재 축산 농가 13곳에서 총 15대를 운영한다. 젖소가 착유기에 들어가면 로봇이 자동으로 유두 위치를 탐지해 작업한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젖소 사육에서 우유를 짜는 작업이 전체 노동력의 40%를 차지하는 만큼 로봇으로 인건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해외서도 농업용 로봇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존디어는 올해 초 라이다(LiDAR) 센서와 카메라를 탑재해 나무가 빽빽한 길에서도 사용 가능한 과수원용 자율 주행 트랙터를 선보였다. 미국 스타트업 카본로보틱스는 잡초와 작물을 식별해 레이저로 잡초를 제거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농업용 로봇 시장 규모는 올해 170억달러(약 25조원)에서 2030년 480억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