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방산 전시회 찾은 쿨터 사장 - 마이클 쿨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 내정자가 17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IDEX 2025’에서 국내 언론과 처음 인터뷰했다. 뒤에 있는 한화 전시 부스에 이번에 처음 해외 공개한 장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 시스템(L-SAM)이 보인다. 그는 “K방산이 더 높은 단계로 성장하려면 현지 기업과 협력하는 게 필수”라고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의 방위산업은 기존 강점이었던 빠른 생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에 이제 기술력과 해외 네트워크까지 더해져 세계 방산 업계에서 독특한 지위(Unique Position)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려면 현지 기업과의 협업이 중요합니다. 이걸 어떻게 해내느냐에 앞으로의 경쟁력이 좌우될 거라 봅니다.”

‘K방산’ 역사상 첫 외국인 CEO로 선임된 마이클 쿨터(51)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외 사업 총괄 담당 대표이사 사장(내정)은 글로벌 시장에서 K방산의 위상과 과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 방산 기업들이 최근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삼성이나 현대차그룹 등 대표 글로벌 기업처럼 현지에 생산 거점을 두고 직접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그는 작년 12월 대표이사 내정 발표 이후 다음 달 주주총회 통과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지난 17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중동 최대 방산 전시회 IDEX 2025에서 만난 그는 국내 언론과 처음으로 인터뷰를 했다. 쿨터 사장 내정자는 특히 지난달 출범한 트럼프 2기 정부와 관련해 “미 해군과는 조선업에서, 미 육군과는 자주포 분야에서 이미 협력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 도약 위해 현지 생산은 필수”

쿨터 내정자는 진정한 의미의 해외 진출을 강조했다. 그간 K방산은 국내 생산한 무기를 외국 군에 주로 공급하는 형태에 그쳤지만, 이제는 현지에서 공동 개발, 생산, 판매로 이어지는 구조가 추가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대표적인 게 2023년 한화가 호주에서 따낸 ‘레드백 장갑차’ 사업이다. 한화는 당시 미국, 영국, 독일 등 전통 방산 강국을 제치고 호주군의 3조2000억원 규모 장갑차 교체 사업을 수주했다. 국방부 등이 아닌 우리 방산 기업이 주도해 수출용 제품을 따로 개발하고 공급하는 데 성공한 첫 사례였다. 생산도 호주 현지에서 작년 하반기 시작했다. 쿨터 내정자는 “한화를 비롯한 K방산이 더 높은 단계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현지 기업과 협력하는 게 필수”라며 “제가 한화에 합류하기 전의 일이지만, 한화의 호주 사업 수주는 글로벌 방산 기업 사이에서도 크게 주목한 사례였다”고 했다.

K방산은 최근 수년간의 빠른 성장 탓에 글로벌 시장에서 견제도 늘었다. 쿨터 내정자는 “과거 근무했던 레오나르도도 독일 라인메탈과 전차 개발 합작 법인을 만들었듯 동맹국 방산 기업과 다양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이런 견제를 피해 해외 공략이 수월해진다는 취지다. 이번 IDEX 2025에서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UAE 국영 최대 방산 기업 에지(EDGE) 그룹의 CEO를 만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미국과의 협업도 확대 중”

트럼프 2기 정부와 관련해 우리 정부와 재계 안팎에서는 방산·조선 분야에서 미국과 협업해 통상 분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노려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화는 이미 작년 8월 국내 조선사 중 처음으로 미국 해군의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수주했고, 지난 연말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 인수도 완료하는 등 방산·조선 분야에서 미국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에 영입된 쿨터 내정자의 역할이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는 경력 대부분이 미군과 미 국방부, 글로벌 방산 기업에 걸쳐 있다. 미 해군 정보 장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복무 당시 맡았던 임무에 대해서는 “지금도 밝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후 미 국무부 정치 군사 담당 부차관보, 국방부 차관보 대행 등을 거쳤고, 글로벌 방산 기업 제너럴 다이내믹스와 레오나르도 DRS에서 고위 임원으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