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 산업은 한 국가의 안보(安保)를 좌우하는 만큼 확실한 성능과 정확한 납기는 물론, 상대국과의 탄탄한 외교적 신뢰까지 뒷받침돼야 하는 매우 보수적이고 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이다.
현재 세계 방위 산업의 ‘톱5’는 록히드마틴·보잉을 비롯한 전통의 미국 기업들이 견고하게 순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 방산 기업들은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50위권 안에 끼지도 못했는데, 최근 여러 기업이 잇따라 첨단 무기 수출에 성공하면서 한화가 30위권에 진입하는 등 세계 방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세계 100대 방위 기업 순위(2023년 방산 매출액 기준)에서 한화는 처음으로 30위권(24위)에 올랐다. 중국을 제외하면 아시아 기업 가운데 최고 순위다. ‘한국화약’으로 시작한 한화는 1974년 정부로부터 방위산업체 지정을 받은 이후, 방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2012년까진 100위권 바깥을 맴돌았다. 2013년 처음으로 85위에 올랐고, 2015년 삼성의 방산 사업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워 50위권 안팎으로 도약한 데 이어 30위권으로 성장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56위), LIG넥스원(76위), 현대로템(87위) 등도 순위에 들었다.
현재 세계 방산 기업 톱5는 록히드마틴·RTX(옛 레이시온)·노스롭그루먼·보잉·제너럴다이내믹스 등 모두 미국 업체로, 수년째 큰 변화가 없다. 다섯 곳 모두 연간 방산 매출이 각각 300억달러(약 43조원) 이상이다.
SIPRI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무기 수출 시장(2019~2023년 누적 기준)에서 42% 점유율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어 프랑스·러시아(각 11%), 중국(5.8%), 독일(5.6%), 이탈리아(4.3%), 영국(3.7%), 스페인(2.7%), 이스라엘(2.4%), 한국(2%) 순이다.
한국 정부는 최근 방산 기업들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2027년까지 글로벌 방산 수출 점유율 5%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도약하려면 중동뿐 아니라 세계 무기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시장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