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 지회 소속 조합원 1만여명이 11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 인천지회 홈페이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냉연 공장이 회사 측의 ‘직장 폐쇄’ 조치로 24일 가동이 중단됐다. 현대제철은 성과급 지급 규모를 두고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는데, 노조의 냉연공장 부분파업 쟁의행위에 대해 사측도 직장 폐쇄라는 강경책을 꺼내 들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은 이날 정오부터 당진제철소 냉연공장 산세 압연 설비(PL/TCM)에 대해 부분 직장 폐쇄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PL/TCM은 냉연 강판의 소재인 열연 강판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후공정인 냉연 강판 생산 라인으로 보내기 위한 사전 압연을 하는 설비다. 이 설비가 멈추면 사실상 냉연 생산 라인 전부가 멈추게 된다. 냉연은 자동차용 강판으로 주로 쓰인다.

현대제철이 노조 파업에 대해 직장 폐쇄 조치를 단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직장 폐쇄는 영어로는 ‘락아웃(Lock out)’, 표현 그대로 사업장의 문을 잠근다는 의미다. 노조의 파업 쟁의 행위에 대해 사용자(회사 측)도 법에 따라 할 수 있는 쟁의 행위가 직장 폐쇄다. 노조의 근로 행위를 중단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노사 갈등이 첨예한 경우, 사측의 교섭 능력을 키우는 조치가 될 수 있다.

갈등은 성과급이다. 앞서 노사 협상에서 사측은 ‘기본급 450%+1000만원’을 제시했다. 직원 약 1만1000명에 인당 약 265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노조는 “현대차 수준은 받아야 한다”며 총액 기준 4000만원대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네 차례 파업을 진행했다.

회사 측은 직장 폐쇄 결정에 대해 “지난 1월 21일부터 총파업, 연속 공정의 일부를 제한하는 부분·일시 파업이 반복되면서 전체 생산 일정을 확정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고, 조업 안정성 확보에도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라며 “쟁의 행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사업장의 안전을 위해 PL/TCM 설비에 대한 방어적인 목적의 직장 폐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달 1일부터 지난 22일까지 노사 분규로 인해 냉연 부문에서만 약 254억원 규모 생산 손실이 발생했다고 한다.

법원은 직장 폐쇄 요건으로 ‘대항성’ ‘상당성’을 제시하고 있는데, 회사 측은 두 요건 모두 충족한다는 입장이다. 대항성은 회사가 노조의 쟁의 행위 이후에 방어적인 목적으로만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며, 상당성은 직장 폐쇄에 중대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직장 폐쇄는 노조의 쟁의 행위 돌입 이후 시작되어 대항성을 갖췄으며, 회사의 성과급 제시안(450%+1000만원)을 지급할 경우 무리한 성과금 지급 요구로 적자 전환되는 등 판례가 요구하는 상당성도 갖췄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의 2024년 경영 실적은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 473억원의 흑자였으나, 성과금 제시 이후 약 650억원 적자로 바뀐다. 현대제철은 이 같은 내용으로 24일 경영 실적을 수정 공시했다.

현대제철의 당진제철소 냉연 라인은 회사 냉연 생산량의 약 70%를 담당하는 핵심 사업장이다. 나머지 30%는 순천에서 생산하고 있다. 재고 등을 감안하면 당장 냉연, 자동차용 강판 공급은 버틸 수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차질은 불가피하다. 회사 측은 직장 폐쇄 기한을 ‘노조의 파업 해제 시’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