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북유럽 인근 발트해에서 해저케이블이 두 차례 절단됐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이어, 불과 3개월 사이 네 번째 벌어진 케이블 파손이었다. 이로 인해 인근 국가의 일부 통신과 전기가 끊겼다.

발트해 주변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이 같은 해저케이블 손상이 유럽 지역의 혼란을 노리는 적대 세력의 ‘사보타주(고의적 시설 파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서방의 제재로 정상적인 석유 수출을 하지 못하는 러시아가 암암리에 운영 중인 이른바 ‘그림자 선단’이 해저케이블 인근에서 일부러 닻을 내리고 천천히 운항하는 식으로 파괴 공작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고가 이어지자 유럽연합(EU)은 케이블 파괴 공작을 예방·탐지하고 복구하는 데 10억유로(약 1조5000억원)를 배정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최근 지정학적 위기와 더불어 해저(海底)가 새로운 안보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수중 음파 탐지기 ‘소나’ 역시 해저 안보를 위한 핵심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잠수정과 수중 드론 등 첨단 장비를 동원한 해저케이블 폭파와 해킹 등 다양한 공격이 전개될 수 있는 상황에서 해저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소나가 해양 방산 기술의 핵심으로 꼽히는 것이다. 소나는 음파를 분석해 적의 함정이나 잠수함을 탐지하는 데 쓰인다.

세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적으로 약 485개의 해저케이블이 운영 중으로 국제 데이터 통신의 99%가 이 케이블을 통해 전송되고 있다. 이성원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군사·외교, 금융 정보와 같이 국가 운영에 핵심적인 데이터 송수신을 해저케이블에 의존하고 있다”며 “해저 통신 네트워크 기술력 확보와 안정적 운영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했다.

따라서 방산 업계에서도 첨단 소나 시스템을 비롯해 수중 드론 등 해저 위협을 조기에 탐지, 복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나선 상태다. LIG넥스원 조성일 해양연구소장은 “해양전의 개념이 단순히 수상 전투를 넘어 해저전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해저케이블 보호, 적 잠수함 탐지 등 소나가 필요한 영역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