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이어 이번에는 유럽을 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각) 유럽연합(EU)이 미국이 가진 것을 “뜯어먹으려고(screw)” 태동한 조직이라며 자동차를 포함한 유럽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EU는 이날 “부당한 장벽에 대해 단호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백악관 내각 회의에서 EU에 부과할 관세율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그것은 일반적으로 말해 25%가 될 것”이라며 “자동차와 모든 것에 부과될 것”이라고 답했다. EU에 부과할 관세율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결정을 내렸고 매우 조기에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EU는 곧바로 반발했다. 올로프 질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에 대한 부당한 장벽에 맞서 단호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유럽 산업과 노동자, 소비자를 부당한 관세로부터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대(對)EU 적자 규모가 2356억달러(약 340조원)에 달하면서 미국이 추가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자동차’는 미국의 대EU 적자 중 7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EU가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는 441억달러(약 64조원)로 미국의 전체 자동차 수입액의 18% 수준이다.
미국보다 높은 수입 관세도 EU가 관세의 표적이 된 이유 중 하나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럽이 미국산 자동차에 매기는 관세는 10%지만, 미국은 유럽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만을 부과하고 있다. 17%를 웃도는 유럽의 부가가치세를 고려하면 세율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자동차가 유럽의 최대 대미 수출 품목인 데다 미국산 자동차가 유럽 시장에서 맥을 못 추는 상황인 점을 고려해 견제를 강화하는 조치로 해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