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상 운임이 지난해부터 ‘롤러코스터’ 수준으로 크게 출렁이고 있다. 컨테이너 해상 운임(SCFI·상하이 컨테이너 운임 지수)은 작년 7월 초 3733.8로 정점을 찍었다가 이후 3개월간 2000대 초반으로 급격히 꺾였다. 다시 올 1월 초까지 2500선으로 반등하더니, 이후 7주 연속 하락해 지금은 작년 최고치의 절반이 안 되는 1500 초반을 기록 중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있다. 지난해 운임 증가는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피해 글로벌 선사들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비용이 오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관세’를 피하려는 중국산 밀어내기 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하락세는 글로벌 선사들이 주문한 배들이 작년부터 속속 인도되는 가운데, 올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관세 폭탄’까지 퍼부으며 글로벌 불황 속 해운 물동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겹친 결과다.
해운 업계에선 보호무역주의 기반의 이른바 ‘트럼프 쇼어링’ 속에서 올해 내내 이 같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제재와 ‘관세 장벽’에 희비 교차
현재 해운 업계의 시선은 트럼프의 ‘중국 해운업 손보기’에 쏠려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해운업에서 중국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며, 18가지 조치가 포함된 초안 요약본을 보도했다. 여기엔 중국 국기를 달거나 중국이 만든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경우 수수료를 부과해 미 조선업 부흥에 쓰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나증권 이영주 연구원은 “결국 중국 선박을 통해 항구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전면 관세를 부과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수수료 비용이 올라가면, 수입 업체들은 다른 선택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이 조치가 중국의 조선업까지 제재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 조사 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가별 상선(商船) 주문은 중국이 61%로 사실상 시장을 싹쓸이한 가운데 한국·일본(각 12%), 유럽(5%), 미국(0.4%) 순이었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선박은 비싸고 한 번 사면 오래 쓰는 자산이기 때문에, 약간의 불확실성도 선주사들의 구매 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에도 “파나마 운하는 미국인을 위해 건설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같은 날 미국의 자산운용사 블랙록 컨소시엄이 홍콩계 기업 CK허치슨으로부터 파나마항만회사(PPC)의 지분 90%를 인수하는 데 힘을 실었다.
이 같은 대중 제재는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이외의 해운사에 반사 이익이 될 수 있지만, 불안 요소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휘두르는 무차별적인 ‘관세 폭탄’이 점차 현실화하면서 글로벌 물동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반사 이익 기대, 투자 움직임도
올해 해운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 외에 중국을 비롯한 세계적인 경기 둔화 등 다양한 변수에 맞닥뜨려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해운 수요는 전년 대비 3% 이내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연초에 1만2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 대형선 선복량의 10% 이상 물량이 인도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올해 내내 신조 선박이 대량 인도되면서 운임 하락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업황 개선의 시각도 있다. 일본 닛케이는 지난 4일 자국의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ONE)가 해운 수요 증가에 대응해 향후 6년간 250억달러(약 36조5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강화와 대중 제재에도 불구하고, “세계 기업이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나 인도, 남미 등으로 옮기는 계기가 돼 새로운 화물 이동이 발생할 수 있고, 캐나다와 멕시코 이외 지역에서 조달하는 물품도 증가해 해상 운송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