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의 오는 28일 열 정기 주주총회의 파행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지난 1월 임시 주총에서 경영권 방어 카드로 쓴 ‘상호주 제한’에 대해, 법원이 지난 7일 “당시 임시 주총에서 의결한 집중투표제는 유효하나, ‘상호주 제한’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최 회장 측이 “또 다른 상호주 제한이 생겼고, 이를 근거로 3월 정기 주총에서도 영풍 측의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상호주는 A 회사와 B 회사가 서로 보유한 상대 회사 주식을 가리킨다. 취득 자체가 금지는 아니지만 10%를 넘을 경우 전체 지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가 금지되는 ‘상호주 제한’ 대상이 된다. 지난 1월 23일 개최된 임시 주총 하루 전날, 최 회장 측은 보유하던 영풍 지분 10.3%를 호주 법인인 손자회사 SMC로 넘겨 상호주 제한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임시 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25.42%)을 제한하고 경영권을 방어했다. 그러나 법원이 ‘상호주 제한은 상법상 주식회사에 대해서만 성립하는데, SMC는 주식회사에 해당하는지 단정할 수 없다’고 무효 취지로 판단하자, 최 회장 측은 SMC가 보유하던 영풍 지분을 다시 주식회사인 자회사 SMH에 넘겼다.

이달 말 정기 주총에서 ‘표 대결’을 하면 우호 지분을 포함해 MBK·영풍 측(약 41%)이 최 회장 측(약 34%)보다 유리한 국면이었는데, 다시 상호주 제한으로 뒤집기에 나선 것이다. 정기 주총 진행은 최 회장 측이 맡기 때문에 MBK 측 반발에도 영풍 측 의결권을 제한하고 강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MBK 측은 재차 법원 가처분을 통해 주총 결과 무효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